[주목 이여성]기아차 '색상디자이너' 서현주씨

  • 입력 2002년 1월 2일 18시 59분


기아자동차 소하리연구소 서현주씨(29·사진)는 ‘색상 디자이너’다. 밋밋한 맨 얼굴의 자동차가 그의 손을 거쳐 적록색, 베이지 등 아름다운 자태를 갖추게 된다.

그는 대학에서 의상학과를 전공하고 컴퓨터를 익혀 94년 기아자동차에 특채된 뒤 꾸준한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해는 ‘최우수 여사원’으로 뽑히기도 했다.

“사람이 식별할 수 있는 색채가 몇 가지나 될 것 같으세요? 보통사람은 수십 종류, 뛰어난 감각을 지닌 예술가는 1000여 종류를 인식하죠. 그러나 인간이 식별할 수 있는 색상은 모두 750만 가지나 돼요. ‘색의 매력’에 마법처럼 끌렸죠.”

“자동차의 색깔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동차의 주 소비자층을 설정하죠. 소비자층이 잡히면 라이프스타일, 색상선호경향, 패션 흐름 등을 조사하고 데이터화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경쟁회사의 차종을 연구하고 필요하면 벤치마킹 하는 것이다. 서씨는 지금까지는 주로 유럽 자동차회사를 많이 연구했다. 수출을 많이 하는 지역인데다 패션에 있어서 앞서나가는 곳이기 때문이다.

“색상 디자인은 여자들의 섬세한 감각이 필요한 분야여서 여성들이 도전해볼 만합니다. 일의 성과가 바로 드러나기 때문에 자부심도 대단하죠.”

직장생활 7년 동안 즐거운 일만 있었으랴. 밤을 새우는 경우가 잦아 육체적으로 힘들 뿐 아니라 ‘편견’에 대해서도 끝없이 도전해야한다.

“아무래도 우리 사회는 아직까지 남성위주잖아요. 남성과 같은 강도로 일하면 모자라 보여요. 두 배는 일해야 함께 일한다는 느낌이 나죠.”

실제로 그는 품평회를 준비할 때 1년에 10번 정도는 밤샘작업을 한다. 이제 9개월 된 아기는 친정어머니께 맡기고 일에만 몰두하는 것이다. 그가 색상 작업을 맡았던 옵티마의 경우 7월 신차 발표를 앞두고 아기를 낳기 며칠전인 4월까지 야간 작업에 참가했을 정도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최근 옵티마와 카니발에 채용돼 선풍적 인기를 끌고있는 ‘오크 베이지’ 색상.

“제가 개발에 참여한 신차가 나올 때 기분이 어떤 줄 아세요? 아이를 막 낳았을 때의 그 감동과 같아요. 앞으로 외국에서 우리나라의 차의 색상을 연구하게 만들고 싶어요.”

하임숙기자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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