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월드컵]“난 노는 물이 달라”…일본축구 '핵' 나카타

  • 입력 2001년 12월 31일 11시 22분


나카타 히데토시는 2002월드컵축구 본선을 6개월 남짓 앞두고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다. 나카타가 이탈리아 세리에A로 진출한 지도 벌써 4년째. 2001∼2002 시즌을 앞두고 명문 파르마로 이적했지만 최근 들어 선발 출장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팀마저 세리에 B(2부리그)로 떨어질 위기에 처해 있는데 현지 언론들은 거액의 이적금을 들인 나카타에게 책임을 묻기까지 하고 있다.

팀은 말 그대로 수렁에 빠진 상태다. 지난해 12월19일 토리노에 패해 6연패를 기록했다. 90년 세리에A로 승격한 이후 10년간 유럽축구연맹(UEFA)컵 우승을 두 번이나 차지하는 등 빛나는 성적을 올렸던 강호의 면모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다. 지난해 12월18일에는 아르헨티나대표팀 사령탑을 역임했던 다니엘 파사렐라감독이 경질되고 카르지아니 코치가 감독 대행으로서 지휘봉을 잡았다. 2001∼2002 시즌들어 벌써 두번째 감독 교체다. 또 이번 시즌 GK 두덱, DF 튀랑, MF 콘세이상 등 주력 선수들을 대량 방출한데 반해 새로 합류시킨 선수중 눈에 띄는 얼굴은 나카타 정도였다. 전력 보강에 실패한 것도 팀 추락의 한 요인이다.

하지만 파사렐라 감독 경질은 나카타에게 재기의 발판이 될지도 모른다. 나카타는 파사렐라 감독 전임이었던 울리비에리 감독 시절 8경기 모두 선발 출장했다. 파사렐라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부터는 5경기에서 단 한번 선발로 나섰을 뿐이었다. 카르지아니 감독 대행은 토리노전때 나카타를 선발 멤버에서 제외했지만 전반 21분에 투입했다. 나카타도 이에 화답, 수차례 상대 진영 깊숙이 침투하는 등 적극적인 몸놀림을 보였다. 이 경기로 나카타가 다시 한 번 팀 중심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음을 보여 주었다.

나카타는 일본대표팀에서도 수모를 당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이탈리아전에서는 대표 선수로서 4년만에 처음으로 선발 멤버에서 제외됐다. 특히 일본은 나카타가 뛰지 않았던 전반에 득점한데 반해 나카타가 투입된 후반에 실점하기까지 했다. 나카타의 플레이도 고립된 장면이 많았고 팀 중심으로서의 제 기능을 못했다. 이후 “나카타가 대표팀에 필요한 것일까”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물론 나카타로서는 억울한 상황도 있었다. 일본은 후반 FW 야나기사와 아츠시, MF 오노 신지, 이나모토 쥰이치 등 주력 선수들을 잇따라 교체 아웃시켜 나카타 혼자 상대팀의 혹독한 마크를 당했었다.

트루시에 감독은 “나카타가 6월 컨페더레이션스컵 결승 이후 중요한 경기를 6차례나 결장했다. 이 점은 일본 대표로서 큰 핸디캡이다”고 말했다. 일본이 앞세우는 조직 플레이의 틀 속에 나카타의 개성을 살릴 수 있는 준비 기간이 없었던 점을 트루시에 감독도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일본의 한 스포츠잡지에서 축구 해설자와 전문 칼럼니스트 7명이 일본대표팀 베스트 멤버를 예상했는데 ‘나카타를 기용해야만 한다’고 말한 사람은 100%가 아닌 6명이었다. 하지만 조직력이 엇비슷할 경우 경기 결과를 결정짓는 것은 선수들의 개인 능력이다.

실력이 뛰어난 나카타가 일본대표팀 최후의 보루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역시 뺄 수 없다는 결론이다.

파르마에서 그리고 일본대표팀에서 벽에 부닥치고 있는 나카타가 월드컵 개막까지 남은 6개월간 최고의 컨디션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인가. 이 점이 바로 일본대표팀의 귀추를 좌우할 중요한 변수다.

<나카코지 도루 아사히신문 서울특파원> nakakoji@yhb.att.ne.jp

▼“쫄티 칠푼바지…제 패션 캡이죠”▼

나카타 히데토시는 그라운드 밖에서도 신세대 우상이다. 야생마같은 차가운 이미지와 신세대 감각에 딱 들어맞는 톡톡 튀는 패션…. 일본CF계에서는 ‘신세대 최고의 샤프한 남성’으로 나카타를 치켜세우고 있다.

나카타는 지난해 컨페더레이션스컵때 얼굴에 바짝 달라붙는 스포츠 타입 검정 선글라스, 소매없는 검은색 쫄티, 검은색 칠푼바지 차림에 최신 루이뷔통 가방을 어깨에 둘러멘 채 입국해 일본 축구계는 물론 패션계에 일대 화제를 낳았다.

신발까지 샌들을 신어 “축구 선수가 행여나 발톱을 상하면 어떻게 하려고 하나”라는 거센 비판을 받았고 출국땐 마지못해 슬그머니 검은색 운동화로 바꿔 신기도 했다.그렇다고 나카타가 외모로만 신세대의 인기몰이를 하는 것은 아니다. 98년 유럽으로 건너간후 숱한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헤쳐나가는 모습, ‘탈 아시아’에 성공한 큰 스케일이 일본 젊은이들에겐 잃어버린 꿈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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