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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2월 28일 18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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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수지 김 살해범 윤태식씨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면서 윤씨가 살인 혐의 은폐와 사업 확장을 위해 광범위하게 뿌린 패스21 주식이 정관계를 온통 들쑤셔 놓고 있다. 국회의원의 이름이 거론되더니 이제는 국가정보원 경찰 철도청 중소기업청 서울지하철공사 직원들이 줄줄이 걸려들어 주식을 고리로 엮어 놓은 윤씨의 공생 사슬이 서서히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경찰청 외사분실 직원들은 대공사건을 위장한 살인 사건임을 인식하고서도 국정원의 압력으로 수사가 중단되자 뇌물을 받았으니 살인범을 봐준 대가라고 할 수 있다. 그것도 액면가 5000원에 제3자 명의로 사들이기로 했다가 돈은 주지 않고 주식만 챙겼다. 어쩌다가 경찰 윤리가 이 지경으로 추락했는지 말문이 막힌다.
윤씨 감시 업무를 맡았던 국정원 대공수사국 서기관 김모씨는 퇴직하고 아예 패스21의 자회사인 바이오패스 이사로 옮겼다. 국정원이 살인범을 풀어주고 감시인을 붙인 것도 이상하지만 감시 공무원은 살인범이 차린 회사에 들어가 한 식구가 됐으니 경찰이고 국정원이고 뒤죽박죽이다.
패스21은 획기적인 지문인식 기술을 개발해 액면가 5000원짜리 주식이 한때 80만원까지 치솟았다. 윤씨가 사업 확장을 위해 패스21 주식을 요로에 살포해 주주들을 사업의 후견인 겸 방패막이로 삼으려 한 의도가 엿보인다. 공직자 재산등록에서도 벤처 주식을 보유한 공직자들이 적지 않았지만 벤처 붐이 한창일 때 벤처기업인들의 공직자 ‘주주 모시기’가 유행처럼 번졌음을 알 수 있다.
경제지 사장이 패스21 주식을 팔아 9개월 만에 9억원의 매매차익을 올렸다니 주식 뇌물 공무원들이 챙긴 돈을 어림짐작해 볼 수 있다. 차명으로 받았든 실명으로 받았든 주식뇌물은 쉽게 드러나게 돼 있어 이들을 순진하다고 해야 할 것인지, 윤리의식이 실종됐다고 할 것인지 심히 헷갈린다.
패스21 수사 초기에는 국회의원들의 이름이 거론되다가 최근에는 쑥 들어가고 하위 공무원들만 구속되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수사에 성역을 두어서는 안 된다. 철저한 수사를 통해 썩은 부위를 도려내고 공직사회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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