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대란 피하자" 한나라 한발뒤로

  • 입력 2001년 12월 26일 18시 23분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26일 원내총무와 정책위의장 연석회의를 열어 건강보험재정 통합을 당분간 유예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정리함에 따라 건보 재정의 통합-분리를 둘러싼 여야 대치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이 같은 상황 변화는 우선 건강보험재정 분리 법안을 24일 국회 보건복지위에서 단독처리했던 한나라당이 이틀 만에 재정 통합을 3∼5년간 유예하는 쪽으로 물러선 데 따른 것이다.

연내에 재정분리 법안의 국회 본회의 처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현행법대로 내년 1월1일부터는 재정통합을 시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

따라서 보건복지위에서 재정분리 법안을 강행 처리해 놓고 본회의 처리는 내년 2월 임시국회로 미룬 한나라당으로서는 정책 혼선을 야기했다는 비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정부는 국회 움직임과 관계없이 재정통합을 계속 추진할 뜻을 밝혀 자칫하면 건보 사태는 ‘정부 따로, 국회 따로’의 혼란이 초래돼 그 책임은 고스란히 한나라당이 뒤집어쓸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당 안팎에서 흘러나왔다.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자민련도 재정통합을 1∼3년간 유예하는 안을 내놓고 있어, 보건복지위에서 강행 처리한 재정분리 법안이 법사위와 본회의를 통과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도 고려했을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이 이날 오전 예정에 없던 당3역 회의를 긴급 소집해 30여분 동안 숙의한 끝에 ‘통합유예안’을 내놓고 여당과 협상을 하겠다고 발표한 것에서도 한나라당의 고심을 읽을 수가 있다. 이회창(李會昌) 총재도 “당 3역이 알아서 판단하라”며 절충안에 동의했다.

이에 따라 이재오(李在五) 원내총무는 곧바로 자민련 김학원(金學元) 원내총무와 전화 통화를 갖고 양당의 의견 조율을 시도했다. 두 사람은 27일 오전 법사위를 소집, 자민련이 재정통합을 유예하는 수정안을 내면 한나라당이 이에 동조하고 곧바로 본회의에서 수정안을 통과시키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날 오전 열린 민주당 당무회의에서도 협상을 통해 돌파구를 찾자는 의견이 일각에서 제기됐다. “건보재정 통합의 원칙은 확고하며 예정대로 통합을 해야 하지만 통합의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협상의 여지가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었다.

이상수(李相洙) 원내총무도 “정해진 대로 가야 한다”면서 “그러나 재정통합 시기를 1년 유예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이만섭(李萬燮)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총무회담에서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원내총무와 정책위의장이 참석하는 회의를 열어 건보 재정통합 유예 여부를 논의키로 양당이 합의했다.

원내총무와 정책위의장 회의에서 한나라당은 재정통합을 최소 2년 이상 유예해야 한다는 안을 내놓았고, 민주당은 통합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1년 가량 유예하는 것은 고려할 수 있다는 견해를 제시해 진통을 겪었다. 민주당 박종우(朴宗雨) 정책위의장은 ‘2년 유예안’과 관련, “통합을 하지 않는다면 모를까 2년이나 기다려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자영자 소득파악 미비 얘기를 하는데 그건 100년이 가도 안 되는 문제다”고 말했다.

<김정훈·정용관기자>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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