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임의단속은 잘못" 현직판사 문제제기

  • 입력 2001년 12월 26일 17시 52분


연말을 맞아 음주운전 사례가 늘고 있는 가운데 현직 판사가 현재의 음주운전 단속 방식을 바꾸고 음주운전 처벌기준도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대전지법 천안지원 설민수(薛敏洙) 판사는 최근 법관 전용통신망에 올린 ‘음주운전 처벌의 몇가지 문제점 연구’라는 논문을 통해 음주가 운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해외의 연구결과와 처벌기준 등을 소개하며 이 같이 주장했다.

설 판사는 “많은 자료에 따르면 혈중알코올농도 0.08% 이상부터 음주가 본격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해외의 처벌기준을 등을 따져봐도 0.05% 이상이면 무조건 형사처벌하는 현행 제도는 너무 엄격하므로 개선돼야 하며 0.05∼0.08% 상태는 행정처분이 적당하다”고 주장했다.

설 판사는 이어 “경찰관이 아무런 음주운전 징후가 보이지 않는 차량을 임의로 세우고 음주측정을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이런 ‘임의적 음주단속’은 법률적 근거가 없을 뿐더러 도로 위의 모든 국민을 범법자 취급하는 경찰국가적 생각의 발현”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그러나 “지난해 국내 입건 범죄자의 11.2%가 음주운전 또는 음주측정 불응자이며 전체 교통사고 사망, 부상자의 10% 안팎이 음주운전 관련자”라며 “음주운전은 처벌해야 할 죄이므로 입법을 통해 임의적 단속과 절차를 합법화하고 이를 통해 인권침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 일선 경찰들은 “매일 같은 시간, 장소에서 음주운전 단속을 해도 적발건수가 줄어들지 않아 오히려 단속을 강화해야 하는 현실과는 동떨어진 측면이 있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이정은기자>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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