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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2월 24일 18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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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국정원 고위 간부와 수배를 받고 도피하고 있던 20대 벤처 사업가의 잦은 만남, 대가 관계가 분명치 않은 돈의 성격, 예상보다 적은 돈의 액수 등 의문점들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해답은 김 전 차장이 진씨의 정관계 로비를 위한 ‘연결고리’ 역할을 한 데서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 전 차장은 검찰에 출두한 첫날인 22일 모든 혐의에 대해 부인으로 일관했다. 그러나 검찰은 진씨의 진술을 토대로 김 전 차장이 진씨를 최소한 네 차례 만났고 진씨의 구명 방법 등을 논의했으며 정성홍(丁聖弘) 전 국정원 경제과장을 통해 돈을 받은 혐의를 밝혀냈다.
김 전 차장은 왜 그렇게 ‘열심히’ 진씨를 만났고 수사 상황을 알아봐 줬을까. 또 분명히 드러난 혐의마저 모두 부인했을까.
검찰은 우선 진씨는 물론 정 전 과장의 ‘깊숙한’ 유착관계가 드러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단순한 유착관계였다면 50대 중반의 국정원 2차장이 27세의 벤처 사업가가 숨어 있는 원룸아파트로 직접 찾아가 검찰 수사 상황을 알려주고 대책을 논의할 정도로 적극적인 행동을 했을 것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돈을 받은 대가로 그런 행동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일부에서는 금융감독원 조사를 무마해 준다는 명목으로 5000만원을 받은 시점이 이미 정 전 과장에게서 같은 명목으로 1억원이 전달된 뒤이기 때문에 그 돈은 ‘보험’ 성격의 정기적인 자금 제공 등 다른 명목이었을 가능성도 높다는 얘기도 나온다.
사정기관 관계자는 “국정원 2차장의 정치 경제적인 영향력을 감안할 때 5000만원 때문에 진씨에게 발목을 잡히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진씨와 김 전 차장 사이에는 지금까지 드러난 ‘특별한 관계’ 이상의 ‘특수한 관계’가 있으며 그것은 정관계 로비 의혹에서의 ‘물주’와 ‘관리자’ 역할이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진씨의 로비스트로 알려진 MCI코리아 전 회장 김재환(金在桓)씨를 진씨에게 소개해준 사람이 김 전 차장이며, 김 전 차장이 김씨와 함께 대검찰청을 직접 방문해 수사 상황을 문의한 사실도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이명건기자>gun4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