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거북이랑 친구 할래요 '거북이랑 달릴거야'

  • 입력 2001년 12월 21일 17시 48분


거북이랑 달릴거야/손정혜 글 김정한 그림/111쪽 7,000원 느림보

아이들에게 여러 가지 이유로 선물을 많이 하는 때가 되었다. 아이들이 원하는 선물을 물어 보면 다섯 손가락 안에 ‘애완동물’이 들어 있다. 그리곤 선물을 사 주는 엄마와 작은 실랑이를 한다.

“강아지가 아니면 토끼라도, 토끼가 안 되면 햄스터라도, 햄스터가 싫다면 거북이라도…. 아이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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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두 거북이에 관한 이야기다. ‘거북이’는 이 책의 주인공인 겨레의 별명이다. 겨레는 몸집이 뚱뚱하고 움직이는 것을 싫어해서 친구들에게 느림보 거북이라고 놀림을 받는다. 그 별명이 싫은 겨레에게 정말 화나는 일이 생겼다. 관찰 일기를 쓰느라 겨레의 반에서 함께 키우던 거북이를 집에 데리고 갈 사람을 구하니, 친구들은 일제히 “거북이는 거북이가 키워야 한다”며 겨레를 지목했다.

그래서 겨레는 진짜 거북이를 집에 가져다 놓고는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물 속에서 노는 거북이를 보면 자기를 놀리던 친구들이 미워 견딜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며칠 뒤부터 알 수 없는 일이 생겼다. 거북이들은 먹이를 주지 않는데도 잘 자라고, 가끔 어항 밑에는 무엇인지 모를 물질들이 떠 있기도 하고, 깨끗이 청소되어 있기도 했다.

누굴까? 누가 내 방에 들어오는 걸까? 엄마? 아빠? 아니면, 혹시 귀신? 평소에 탐정 만화에 관심이 많던 겨레는 마치 탐정 놀이를 하듯 그 비밀을 풀어 가는데….

이 책을 찬찬히 읽으면 거북이에 대해 참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무엇을 먹는지, 집은 어떻게 만들어 줘야 하는지, 수놈 암놈은 어떻게 구별하는지, 어떤 병에 걸리는지 그리고 거북이도 허물을 벗는다는 사실까지.

세세한 지식들이 아이들 ‘관찰일기’라는 형식으로 정성껏 정리되어있어, 읽으면서 한번쯤 거북이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한다. 특히 거북이를 치료할 수 있는 동물 병원까지 소개한 세심함이 놀랍다.

하지만 이 책을 돋보이게 하는 것은 지식이나 정보의 섬세함이라기 보다는 생명과 책임에 관한 글쓴이의 생각이다. 자칫 애완동물을 움직이는 인형쯤으로, 쇼핑목록 중 하나 쯤으로 생각할 수 있는 아이들에게, 동물을 키우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동물의 입장에서 필요한 관심임을 이야기 해 주고 있다.

그리고 그 관심은 자기 스스로에게도 필요한 것임을 겨레가 변해가는 과정을 통해 알려준다. 어느 순간에도 자신이 알고 있는 ‘살아 있는 것’들에 대해 관심을 끊지 않는 것, 그것이 생명에 대한 책임임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김혜원(주부·서울 강남구 일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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