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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2월 21일 17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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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는 세계무역기구(WTO) 도하라운드 협상이라는 또 하나의 ‘역사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 WTO 도하라운드 체제에서는 우루과이라운드(UR) 협정에 비해 관세 인하폭이 커지고 국고보조금은 감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농축산물 수출국들이 주장하는 대로 시장 접근물량의 확대 요구가 반영되면 관세인하 효과는 더욱 크게 나타나 국내 낙농업계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다.
국내 낙농시장은 우유 70%, 유가공품 30%로 구성돼 있다. 이미 유가공품 시장에서는 수입품과의 경쟁이 치열하다. 우유도 내년 7월 유통기간이 자율화되면 멸균유 등을 중심으로 외국 우유가 국내 시장에 진입하기 쉬운 환경이 조성될 것이다. 외국 제품의 국내 시장 공략이 본격화되면 국내 유가공업체 간에 품질 및 가격경쟁이 치열해지는 것은 물론 원유 수급과 유제품 가격 체계 등도 큰 변화를 겪을 것이다.
현재 국내 낙농업계를 둘러싼 상황은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열강이 한반도를 놓고 각축전을 벌였던 100년 전의 나라 사정과 비슷하다. 우리가 국제 통상환경의 변화에 적절히 대비하지 못하면 다시 한번 경제전쟁의 식민지가 되는 잘못을 범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와 국민 그리고 모든 낙농인들이 지혜를 모은다면 WTO 도하라운드 출범은 오히려 한국 낙농의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먼저 정부는 식량주권 차원에서 향후 3년간 진행될 세부협상에서 국내 보조금 및 관세율 인하 수준을 최대한 방어할 수 있도록 협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유가공업체는 우유와 유가공품의 원가를 절감할 묘안을 찾아야 하고 생산자인 낙농가는 생산성과 유질 향상에 나서는 한편 생산비 절감에도 좀더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또한 고객의 취향 변화에 맞춰 부가가치가 높은 유제품을 개발하고 수입 제품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브랜드의 개발 및 육성이 시급하다.
서울우유는 지난해 1월 낙농시장 개방에 대응하는 전략으로 ‘밀크 드림(Milk Dream)’이라는 비전을 선포한 바 있다. 이는 모든 조합원과 유통 종사자, 직원이 단결해 고객 만족도를 높이고 생산비 절감과 품질 향상을 통해 경쟁력 있는 브랜드를 만들어 가겠다는 뜻에서 나온 것이다.
분명한 사실은 WTO의 거센 도전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힘을 모아 대처하느냐에 따라 한국 낙농업계의 미래가 결정될 것이라는 점이다. 열악한 국토환경 속에서도 연간 10억달러 이상을 수출하고 있는 네덜란드 화훼산업의 교훈을 다시 한번 되새겨볼 때이다.
조 흥 원(서울우유 조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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