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지금]日 지자체 “월드컵 우리고장 알릴 기회”

  • 입력 2001년 12월 19일 18시 00분


월드컵 대회를 반년 앞두고 일본의 지방자치단체들이 일본에서 경기를 갖는 국가의 대표팀들의 연습 캠프를 자신의 고장에 유치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캠프지(전지훈련장) 유치전’으로 불리는 이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지자체들은 각국 대표팀들에 연습장을 무료로 제공하고 비행기값, 이동경비까지 부담하겠다고 나서는 등 물량공세까지 펴고 있다.

▽유치전 배경〓자치단체들이 캠프지 유치전을 벌이는 것은 대표팀의 움직임이 세계적인 뉴스가 될 것이 틀림없어 고장의 이름을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생각하기 때문. 장기적으로 관광수입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어느 정도의 경비는 ‘투자’로 생각하고 있다.

일본 측은 월드컵 개최가 결정된 뒤 축구 연습장과 충분한 숙박시설을 갖춘 90여곳을 공식캠프 후보지로 결정했다. 이중 40여곳이 실제로 유치활동에 나서면서 경쟁이 과열됐다.

현재 일본에서 예선을 치르는 16개팀 중 13개팀이 이미 캠프지를 결정했거나 내정했다. 또 한국에서 예선을 치르는 프랑스 덴마크 파라과이도 잠시동안 일본에서 연습할 수 있는 장소를 결정했다.

▽각종 특전 제공〓우승후보 중의 하나인 이탈리아는 센다이(仙台)시를 캠프지로 결정했다. 내년 5월20일부터 6월15일까지 머물 계획. 이탈리아는 연습장면을 밖에서 볼수 없도록 경기장 전체에 가설벽을 설치해 달라고 요구했다. 시 측은 가설벽 설치비용을 비롯해 이동경비 등을 제공키로 하고 예산 8700만엔을 계상했다. 모자라는 돈은 기부를 통해 모을 계획.

아르헨티나가 캠프지로 정한 나라하마치(楢葉町)와 히로노마치(廣野町)는 5월15일부터 6월14일까지 선수단 50명의 숙박비와 체재비를 부담한다.

벨기에를 맞아들이는 구마모토(熊本)시는 연습경기장의 잔디를 벨기에가 출전하는 사이타마(埼玉) 시즈오카(靜岡) 오이타(大分)경기장의 잔디와 똑같은 크기로 기르기 위해 노력 중이다.

튀니지아팀은 숙박장소인 사이키(佐伯)시의 호텔 측에 수상버스와 게임기를 설치해 달라고 요구했다.

▽부작용〓지자체들이 유치경쟁을 벌이자 이를 이용해 아예 모든 경비를 자치단체에 떠넘기려는 대표팀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사히신문은 “유치가격은 최소한 1억엔으로 알려져 있다”며 “공동 개최하는 한국에서는 이런 과열경쟁은 없다”고 지적했다.

브라질 팀은 14일 히로시마(廣島)시에 5억엔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했다. 그 정도의 돈을 주면 한국에서 경기를 갖기 전에 잠시 히로시마에서 연습을 하겠다고 제안했던 것. 그러나 시 측은 “너무 큰 금액이어서 시민의 이해를 얻을 수 없을 것 같다”며 포기했다.

그러나 아일랜드를 받아들이는 이즈모(出雲)시는 전세비행기값과 체재비 전부를 부담키로 했으며 에콰도르 팀이 연습을 하는 돗토리(鳥取)현도 전비용인 2억엔을 부담할 예정이다.

자치단체들은 그 대신 ‘본전’을 뽑기 위해 대표팀들에 친선시합에 참가하거나 어린이상대 축구교실에 나와 줄 것을 요구하며 협상을 벌이고 있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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