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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2월 17일 18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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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김 대통령에 대한 공세를 자제해 온 한나라당이 이처럼 수위를 한단계 높인 것은 갈수록 사건이 확대되고 있는 데도 수사 상황은 신통치 않다는 불만 때문. 특히 김 대통령의 친인척에 대한 로비 시도 의혹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으나 수사팀에서 명확한 언급을 하지 않자 수사 압력을 가하기 위해서라도 강공 드라이브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했다는 후문이다.
권철현(權哲賢) 대변인은 이날 ‘대통령의 침묵은 무엇을 의미하는가’라는 논평에서 “권력의 핵심기관 관계자들이 총동원돼 부패 비리극에 연루됐는데도 대통령은 일절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정권에 유리하고 불리하고를 떠나 지금쯤 성역 없는 수사를 지시하거나 읍참마속(泣斬馬謖)의 의지를 밝혀야 한다. 지금은 침묵할 때가 아니라 행동으로 나라의 틀을 바로 잡을 때이다”라고 주장했다.
총재단회의에서도 이번 사건의 ‘몸통’을 규명하라는 촉구가 잇따랐다. 이재오(李在五) 원내총무는 “지금까지 거론된 금품의혹은 한때 수천억원의 재산을 모은 진씨의 재산 규모를 감안할 때 잔돈에 불과하다”며 “검찰은 뭉칫돈이 어디로 흘러들어 갔는지를 조사해야 이 사건의 ‘몸통’을 밝힐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권력형비리조사특위(위원장 정형근·鄭亨根)는 이번 사건을 ‘정권 실세들이 사이비 벤처업자들과 결탁해 펀드 조성과 주가 조작 등으로 천문학적인 규모의 정치자금을 만들어 작년 4·13 총선 등에 사용하고 은닉했다가 꼬리가 잡힌 사건’으로 규정했다.
따라서 지금까지 수사 과정에서 이름이 흘러나온 사람들은 하수인에 불과하고 실제 사건을 주도한 ‘주역’은 따로 있다는 얘기였다.
정 의원은 “권력 핵심이 연루된 사건을 검찰이 단순 개인비리 차원으로 수사를 몰아갈 경우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사건의 몸통과 배후를 철저히 수사해 전모를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장전형(張全亨)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진승현 리스트’에 야당의 거물급 의원은 물론 이회창(李會昌) 총재와 가까운 중진의원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야당도 무턱대고 여당을 공격하다가는 큰코 다칠 것”이라며 “야당도 자기 살을 도려낼 준비를 해야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