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조앤 K롤링의 해리포터 성공 판타지'

  • 입력 2001년 12월 14일 18시 21분


◇ 조앤 K 롤링의 해리포터 성공 판타지/진 스미스 지음/295쪽 8500원 문예당

영국의 겨울은 유난히 하늘을 어둡게 하고, 행여 외로움에 사로잡힌 자라면 스스로를 불쌍히 여길만큼 음울하다. 눈을 뜨기조차 힘든 눈보라가 몰아친다면, 목적지가 화려한 파티장이라도 멈칫거려 질 정도다.

여기 누군가 조심스레 문을 열고 거리로 나선다. 남편 없이 키우는 어린 딸의 우유와 연료를 구하기 위해 에든버러의 사회보장국으로 가야하는 27세의 젊은 여인. 아무도 쳐다보지 않지만 서러움과 모욕감에 고개를 숙인 채 창구로 다가가 생활보호대상자 수첩을 내밀고 주당 한번씩 지급되는 70파운드를 받는다.

그리고…쥐들이 찍찍 울어대며 냉기가 흐르는 어둠침침한 아파트에 서서히 온기가 피어오르고, 어린 딸에게 따뜻한 우유병을 물려 준 다음에야 그녀는 탁자 앞에 앉는다. 돈을 아끼기 위해 난로 위에 올려놓은 주전자의 미지근한 물로 고픈 배를 채우고 원고지를 펼친다. 제목은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아! 예상치 못했던 고통과 외로움과 가난 속에 누군가 신비한 마법의 주문을 외웠는가. 갑자기 누추하고 춥고 비좁은 아파트는 정원이 넓은 화려한 저택으로 변하고, 낡은 옷을 입은 창백한 얼굴의 모녀에게 새 옷이 입혀진다. 게다가 이들의 얼굴이라도 보려고 런던에서, 바다 건너에서 온 사람들의 물결. 마법에 걸리지 않고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상황 속에서 행복하게 웃고 있는 저 여자는 누구인가.

그녀는 바로 조앤 K 롤링이라는 영국 웨일스 시골 출신의 무명작가이다. 아직 마흔도 안 된 풋내기 작가. 하지만 이제 영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세계 최고의 갑부 작가. 모든 영국인이 그녀의 책을 2권 정도는 소장하고 있을 정도의 판매 기록. 너무도 짧은 시간에 이룬 전설 같은 명성과 부의 획득. 이 이야기는 그리스 로마 신화와 다를 바 없는 현대신화다.

재혼한 아버지와 15세 때에 급성다발성경화증으로 숨진 어머니. 포르투칼에서 영어교사를 하던 중 만난 이국 남자와의 사랑. 그러나 첫 아이를 유산하고, 둘째를 임신했을 때에서야 예식없는 결혼을 하지만 몇 달도 못 되어 생후 4개월 된 딸을 품에 안은 채 이혼하게 된다.

롤링은 딸 제시카와 영국에서 새 삶을 시작하는데 그것은 새로운 출발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힘들었다. 무엇보다 물질적 고통은 딸 외에 유일한 재산인 자존심과 소망까지 송두리째 빼앗아 가려고 으르렁거렸다.

생활보조금에 의지하며 사는 롤링은 딸을 유모차에 태우고 산책을 하면서 세상을 바라본다. 그러다 아이가 잠들면 부리나케 2층에 있는 카페 ‘니콜슨’으로 올라와 탁자에 앉아 펜을 든다. 기적은 이때부터 시작된다. 한 손으로는 글을 쓰고, 나머지 손으로는 가끔씩 몸을 뒤척이는 아이를 살살 달랜다. 몇 시간이고 그런 자세로 작업하는 동안 그녀의 입에 들어가는 것은 고작 커피와 물뿐이다.

하지만 이렇게 씌어진 글은 무려 12개 출판사로부터 거절당한다. 게다가 듣는 말이라곤 “어린이 책으로는 돈을 벌 수 없어요” 였다. ‘해리포터’가 출판된 블룸스베리사에서도 처음에는 거절당했다가 재심 과정에서 우연히 건져진 것이다. ‘해리포터’ 원고가 다시 한번 편집자의 손에 들려지는 순간, 기적은 다시 한번, 아주 작게 일어났다. 초판 500부. 하지만 그것은 곧 기적의 숫자가 되어 롤링에게 돌아왔고, 그 숫자는 기특하게도 다른 행운과 함께 왔다. 새로운 사람과의 사랑, 여왕의 훈장, 각종 문학상 수상, 겨우 평점 2.2의 졸업생이 본교에서 명예박사학위 취득, 세계각국의 독자층 형성, 작품의 영화화.

가난과 절망, 비참한 결혼생활과 무명작가로서의 자녀양육. 하지만 롤링은 그 구렁텅이 속에서 오히려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해리포터’라는 캐릭터를 창조해냈다. 그것은 어느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는 치열한 작가정신은 물론 강인한 어머니로서, 여성으로서, 스스로에게 행복을 부여하는 현명한 마법사로서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해리포터’ 1권에서 롤링은 힘들 때마다 스스로에게 기도문처럼 했음직한 말을 우리에게 전해준다. “…그것은 우리 마음 속 깊은 곳에 있는 소망, 바로 그 모습을 보여준다.”

노경실(아동문학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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