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센터 서장훈 '국보급' 체면 구겼다

  • 입력 2001년 12월 4일 18시 41분


서정훈은 리바운드에서 10위권 밖으로 밀려나는 등 용병과의 경쟁력에서 밀리고 있다.
서정훈은 리바운드에서 10위권 밖으로 밀려나는 등 용병과의 경쟁력에서 밀리고 있다.
9월 말의 일이다. 연습하느라 유니폼이 땀에 흠뻑 젖은 채 벤치에 털썩 주저앉는 서장훈(27·SK나이츠)에게 물어봤다.

“왕즈즈말고 멩크 바티어도 NBA에서 뛴다는데?”

순간 서장훈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더니 “뭐 열받고 황당하지요”라고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서장훈(2m7)이 몽골 출신 멩크 바티어(2m11)와 무슨 악연이 있기에 그랬을까? 국제경기에서 자주 마주친 그의 실력을 뻔히 아는 터이기에 한 말. 자기보다 기량도 떨어지는 선수가 ‘큰물’에서 노는데 국내에 머물고 있는 자신의 처지가 야속하게 느껴진 탓이다.

서장훈은 곧잘 ‘국보급 센터’로 불린다. SK 나이츠가 진로농구단을 인수할 때 선뜻 200억원이란 거금을 내놓은 것도 바로 서장훈 때문.

상대팀들은 “SK 나이츠는 외국인선수 3명이 있는 팀이다”라며 상당히 거북해한다.

서장훈 자신도 “농구를 제대로 아는 외국인센터가 별로 없다”고 말한다. 이는 ‘내가 기량면에서 제일 낫다’라는 말과 동전의 앞뒷면인 셈이다.

사실 프로농구 출범 이후 외국인 선수들과 대등한 입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센터는 서장훈밖에 없다.

올 시즌 팀에 제대로 된 용병센터가 없어 혼자 골밑을 책임지고 있는 서장훈이 과연 ‘국보급’ 역할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14경기를 소화한 4일 현재 서장훈은 평균 24.6득점(5위) 리바운드 10.7개(11위)를 기록하고 있다.

득점에선 25.43점을 넣어 전체 3위인 마이클 매덕스(코리아텐더)에 뒤지지만 센터 중 2위로 체면을 세우고 있다.

문제는 센터의 가장 중요한 임무인 리바운드. 서장훈은 10위권에도 들지 못하고 있다. 16.93개를 잡아내며 1위를 달리고 있는 라이언 페리맨(동양)보다 경기당 6개나 적게 볼을 움켜쥐고 있는 셈.

게다가 그보다 키가 한 뼘이나 작은 칼 보이드(1m93) 등 포워드 5명이 그보다 이름을 먼저 올려놓고 있는 것은 서장훈이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지 못하다는 증거다.

그가 제 역할을 못해주자 SK 나이츠는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서장훈이 손꼽는 제대로 농구를 아는 외국인 센터는 과연 누구일까? 서장훈은 공격력에선 매덕스, 수비력에선 재키 존스(KCC)를 첫손가락에 꼽는다.

지난 시즌 서장훈과 한 팀을 이뤘던 존스는 무릎부상에서 회복, 조만간 코트로 돌아올 예정. 과연 서장훈이 외국인들 틈에서 국보급 활약을 펼칠 수 있을지 두고볼 일이다.

<전창기자>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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