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영리한 동물이 가장 어리석은 게임을 벌이는 이 역설을 무엇으로 설명해야 할까. 그 해답은 물론 학자의 몫이다. 그러나 인간만이 정치적 상상력을 가지며, 다른 동물과 비교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과 신념 따위를 지닌 동물이라는 데 실마리가 있는 게 아닐까. 경제학의 ‘파괴적 경쟁’이라는 개념도 힌트가 될 수 있으리라. 내가 절대적으로 얻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 상대적으로 적에게 더 상처 입히고 손해를 안길 수만 있다면 그 길을 택한다. 그래서 나의 손해는 적의 더 큰 손해를 위해 기꺼이 바쳐진다.
▷뉴욕의 비행기 자살테러는 태평양전쟁 말기 일본의 가미카제를 연상시켰다. 가미카제 공격을 당하는 미군은 그것을 ‘바카’(바보)라고 했다. 하늘에서 시속 960㎞가 넘는 속도로 내리꽂히는 ‘인간 미사일’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죽음을 무릅쓰는 정도가 아니라 죽기로 작정해 버린 공격. 일본군은 가미카제식의 ‘인간 어뢰’에다 회천(回天)이라 써 붙였다. 어차피 죽을 목숨, 기울어 버린 전세를 뒤집고 하늘로 가라는 부추김이다.
▷이스라엘에서 자살테러가 잇달아 240여명의 사상자가 났다. 팔레스타인측의 테러다. 테러단체는 이것을 순교라고 가르친다. 그렇게 죽으면 그 영혼을 70명의 성처녀가 시중을 든다고도 한다. 그래서 12∼15세의 아이들까지도 ‘순교자’가 되기 위해 줄을 선다고 한다. 문명의 진보가 경이로운 현대, 로마 교황이 이슬람 사원을 들러 종교간의 화해를 말하는 이 시대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피로 피를 씻는 이 비극적 미망(迷妄)을 깨우쳐줄 해답은 없는가?
<김충식논설위원>seesche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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