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이슈]한나라 교원정년-방송법 일보후퇴 배경

  • 입력 2001년 12월 3일 17시 38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민주당 총재직을 사퇴한 뒤에도 대여 강공 자세를 허물지 않던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가 핵심현안에 대해 잇따라 유연한 대응자세로 선회, 정국대응 기조에 변화가 생긴 게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다.

한나라당은 2일 자민련과 공조해 추진했던 방송법 개정안 내용 중 방송위원 대통령 추천 몫을 없애기로 했던 당초 방침을 백지화한 데 이어, 3일에는 이총재가 직접 교원정년 연장 법안(교육공무원법 개정안) 강행처리 방침에서 사실상 ‘U턴’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총재의 한 핵심측근은 “국정 쇄신과 중립내각 구성을 김 대통령에게 요구해 놓은 만큼 구체적인 조치가 있을 때까지는 일단 국정 운영에 협조한다는 것이 이 총재의 기본입장” 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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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총재는 3일 총재단 회의와 의원총회에서 ‘여론의 반전’ 을 U턴의 근거로 들었다. 교원정년 연장의 경우 개정안을 낼 때만 해도 지지 여론이 높다고 판단했는데, 막상 개정안을 상임위에서 처리하고 보니 학부모를 비롯한 대다수 국민들이 반대하더라는 얘기였다.

한나라당 핵심당직자들도 부정적 여론을 인정하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으로 교원정년 연장 추진의 주역이었던 이재오(李在五) 원내총무도 “솔직히 우리 마누라도 반대하더라” 고 토로했다.

한나라당은 거대 야당이 소수 여당을 너무 밀어붙인다는 비판도 부담스러웠던 것 같다. 이 총재가 아무리 바른 생각이라도 힘으로 강행하면 안된다 며 여러번 겸손 을 강조한 것도 이런 밑바닥 정서를 의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관심은 이 총재가 앞으로 다른 쟁점 현안에 대해서도 이런 식의 여론과 정서를 중시하는 유연한 대응 자세를 보일 것이냐 하는 점.

그러나 이 총재측은 “당초부터 ‘비리 척결’ 과 ‘민생 안건’ 은 분리 대응하고 있고, 이번 결정도 이에 따른 것” 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국정 쇄신과 관련된 대여(對與) 압박은 게속할 것이나, 국회에서의 정책 현안 심의는 국민 생활과 직결된 사안인 만큼 신축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취지였다.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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