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광형/최무선의 후예들

  • 입력 2001년 12월 2일 18시 33분


로켓 무기가 대포와 다른 점은 날아가는 포탄이 자체적으로 추진력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대포는 포신에서 출발할 때 추진력을 받아 관성력으로 날아간다. 그러나 로켓 무기는 포탄에 주입돼 있는 연료가 타면서 추진력을 얻기 때문에 훨씬 멀리 날아갈 수 있다. 풍선의 꼭지를 놓으면 날아가는 것이나 제트비행기가 날아가는 이치와 비슷하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 독일이 개발한 미사일은 이런 로켓 포탄에 목표를 찾아가는 유도장치를 붙인 것이다.

▷화약은 중국에서 개발돼 사용됐는데 화약무기의 제조법은 비밀에 부쳐져 있었다. 최무선은 고려 우왕 3년(1377년)에 화통도감(火F都監)을 설치하고 18가지 화약무기를 독자적으로 개발했다. 그 중 독특한 것이 주화(走火)다. 기존의 무기는 화약을 폭발시켜 그 힘으로 탄환이나 화살이 날아가게 돼 있었다. 그런데 주화는 화살에 화약통을 달고 있어 화약이 타면서 추진력을 얻어 더 멀리 날아가는 것이다.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무기인 주화는 조선의 세종 30년(1448년)에 신기전(神機箭)으로 발전했다. 신기전은 대나무로 만든 길이 52㎝의 화살에 화약통이 붙어 있다. 화약통은 길이 69㎝, 외경 9.5㎝, 내경 6.3㎝의 기다란 종이통으로 그 속에 화약을 가득 채웠다. 사거리가 1㎞ 이상이나 되어 당시 의주성에 설치해 압록강 건너편의 오랑캐를 무찔렀다고 한다. 이 내용이 ‘병기도설’에 수록돼 있는데 세계 최초의 로켓 무기에 관한 기록이라 한다. 신기전이 최무선의 주화를 발전시킨 것이기 때문에 로켓 무기의 아버지는 최무선이라 할 만하다.

▷지난달 22일 국방과학연구소는 미사일 발사에 성공했다. 사거리 300㎞짜리로 만들었지만 시험발사에선 100㎞만 날렸다고 한다. 지금까지는 한미 미사일 각서 때문에 묶여 있다가 금년 초 새로운 ‘미사일 지침’이 체결되자 발사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묵묵히 기술을 축적해 왔던 모양이다. 한 해를 마감해 가는 시점에 잠시 집안 싸움을 멈추고 ‘최무선의 후예’들에게 박수를 보내주는 여유를 가져 보면 어떨까.

이광형 객원논설위원(KAIST 미래산업 석좌교수)

khlee@if.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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