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커룸 엿보기]“맥도웰 형 또 만났네”

  • 입력 2001년 11월 9일 18시 42분


모든 게 낯선 이역만리에서 어릴 적 동네 선배를 만났다면 얼마나 의지가 될까.

프로농구 신세기 빅스의 외국인 센터 얼 아이크(23)가 바로 그랬다. 같은 팀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는 조니 맥도웰(30)과 ‘호형호제’하는 사이였던 것. 아이크와 맥도웰은 똑같이 미국 앨러배마주 터스칼루사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절친한 관계. 센트럴고교 7년 선후배로 맥도웰은 아이크가 꼬마였을 때 농구를 한 수 지도하기도 했다.

올 7월 용병 드래프트에 아이크가 참가했을 때 맥도웰은 그를 뽑아달라고 구단에 청탁까지 했을 정도. 올해로 한국에서 5시즌째 뛰고 있어 ‘무늬만 용병’이라는 얘기를 듣고 있는 맥도웰은 아이크를 친동생처럼 아끼며 새로운 환경에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쉬는 날에는 이태원에 쇼핑도 함께 가고 한국 농구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고 있는 것. 처음에는 음식투정이 많던 아이크가 식사 때마다 게눈 감추듯 하는 맥도웰을 보면서 군말이 사라졌다. 과묵하고 내성적인 아이크는 한국말까지 섞어가며 수다를 즐기는 맥도웰과 어울리면서 성격도 밝아졌다는 평가.

프로농구에서 외국인선수는 팀 전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 출중한 기량과 함께 끔찍한 우애를 보이고 있는 맥도웰과 아이크를 보면 올 시즌 SK 빅스의 사상 첫 4강 진출에는 그만큼 더 무게가 실리는 듯하다.

<김종석기자>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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