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삼성전자-하이닉스 주가 "반도체도 반도체 나름"

  • 입력 2001년 11월 1일 18시 58분


한국 증시에는 주가가 오르건 내리건 누구나 항상 주목하는 두 종목이 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 공교롭게도 모두 반도체 생산이 주력인 회사다.

그러나 증시에서 이 두 종목이 받는 ‘대접’은 하늘과 땅의 차이가 있다. 삼성전자 주가는 영향력 면에서 종합주가지수와 거의 동격. 반면 하이닉스는 부실기업이라는 원죄를 안고사는 증시의 ‘대형 지뢰’다.

▽삼성전자〓시가총액 1위, 주가 18만원. ‘한국 경제의 절반’이라는 삼성전자는 주식시장에서도 황태자의 모습 그대로다. 실적발표가 있을 때마다 모든 증권과의 눈과 귀가 삼성전자에 쏠린다. 반도체부문 적자설에 시달리며 2·4분기 실적 발표를 했던 7월20일에는 무려 200여명의 애널리스트와 취재진이 몰려 황태자의 움직임을 지켜봤다.

삼성전자의 주가 그래프 모양은 위 아래 변동 폭과 숫자를 지워버리면 종합주가지수와 비슷해진다. 그만큼 종합주가지수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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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삼성전자는 한국 증시의 시금석 역할을 한다. 외국인투자자들이 한국 증시를 좋게 보면 삼성전자를 사고 나쁘게 보면 삼성전자부터 판다. 증권가에는 ‘삼성전자 외국인 지분율이 58.1%면 외국인이 삼성전자를 팔고 종합주가지수도 하락한다’는 초정밀 분석까지 나와있다.

향후 관심사는 외국인이 50%가 넘는 지분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삼성전자에 대한 애착을 보일 것인지 여부. 이는 외국인투자자들이 이머징마켓(신흥시장) 중 한국 시장의 위상을 어떻게 보느냐, 그리고 세계 반도체 시장을 어떻게 보느냐와 직결돼있다.

▽하이닉스반도체〓6월중순 하이닉스의 해외DR 발행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자 증권가에서는 “구조조정 부담이 사라져 증시의 대세 상승 막이 올랐다”며 흥분했다. 그러나 이후 4600원대였던 하이닉스의 주가는 폭락해 담배 한 갑, 가락국수 한 그릇 가격에도 못미치는 1000원 이하로 떨어졌다. 증시의 대세 상승도 물론 없었다.

지난해 주가 2만6000원대로 ‘황태자’는 못돼도 ‘지방 영주’ 대접은 받았던 하이닉스가 결국 저가주만 집중적으로 사고파는 데이트레이더들의 표적으로 전락한 것.

이후 하이닉스반도체는 ‘주가’가 아닌 ‘거래량’에서 눈부신 신기록 행진을 한다. 8월24일 2억6972만주, 30일 4억2410만주, 9월 13일 5억8600만주, 14일에는 무려 6억3000만주. 이 수치는 당시 거래소 거래량의 62.4%였으며 코스닥 전체 거래량의 2배였다.

특이한 것은 이 기록이 모두 하락장에서 나타났다는 것. 삼성전자가 주가 상승기 때 주인공이었다면 하이닉스는 주가 하락기 때의 주인공인 셈이다.

한동안 “적정주가를 산출하는 게 의미가 없다”며 증권가로부터 외면받던 하이닉스는 1일 실로 오랜만에 몇 증권사로부터 ‘단기 매수’추천을 받았다. 동부증권 장영수 기업분석팀장은 “삼성전자가 한국 증시의 바로미터라면 하이닉스 주가는 국내 기업구조조정의 시금석”이라며 “당장의 주가 움직임보다는 하이닉스가 안고 있는 재무부실 처리를 더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완배기자>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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