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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1월 1일 18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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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점포의 직원들은 격식을 차리지 않은 ‘사장님의 소탈한 행차’에 흐뭇해 하면서 재도약의 의지를 다졌다고 한다.
보수적인 기업 이미지를 갖고 있는 LG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최근들어 다양한 방식으로 사원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현장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국내외 공장과 영업 현장을 수시로 방문해 일선에서 겪는 애로를 파악하고 사원들과의 대화나 이메일을 통해 회사의 경영정보를 공유한다.
이는 구본무(具本茂) 회장이 올들어 부쩍 ‘현장밀착 경영’을 강조하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 구회장은 사장단회의 등을 주재할 때마다 “요즘처럼 국내외 여건이 좋지 않은 때일수록 최고경영자들이 현장과 호흡을 함께 하면서 발로 뛰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독려하고 있다.
LG유통 강말길(姜末吉) 사장은 아무리 바빠도 1주일에 6개 이상의 매장을 방문한다는 목표를 세워 실천하고 있다. 특히 매출이 갑자기 늘거나 떨어진 매장은 반드시 찾아가 강점과 약점을 꼼꼼히 체크한다. 강사장은 “현장을 소홀히 하면서 고객의 마음을 읽을 수는 없는 법”이라며 “고객들의 의견을 경청하다 보면 경영에 참고할 만한 좋은 아이디어도 얻게 된다”고 말했다.
LG생활건강 조명재(趙明載) 사장도 휴일이면 어김없이 백화점과 할인점의 자사 매장에 들러 고객들의 반응을 살피고 여성 판매사원들을 격려한다.
LG전자 구자홍(具滋洪) 부회장은 1년중 120일 이상을 국내외 사업장에서 보내는 현장경영의 신봉자. 특히 연구개발(R&D) 현장에서 일하는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중시해 맥주 파티를 열면서 젊은 연구원들의 아이디어에 귀를 기울인다.
회사 분위기를 활기차게 유도하기 위해 사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 신경을 쓰는 CEO도 많다.
LG CI의 성재갑(成在甲) 부회장이 회사 경영이나 일상생활에서 느낀 점을 진솔하게 적어 매월 2차례 전자사보에 띄우는 ‘CEO 편지’는 이 회사의 인기 코너로 자리잡았다.
LG칼텍스정유 허동수(許東秀) 부회장은 분기마다 지방 사업장을 일일이 돌며 회사의 매출실적 등 경영 정보를 상세하게 설명한다. 또 인사와 복리 후생 등 직원들이 궁금해하는 사항에 대해서는 즉석에서 답변하는 방식으로 사원들과 친밀해지려 애쓴다.
신용카드업계 1위를 달성해 최근 구회장의 공개 칭찬을 받은 LG카드 이헌출(李憲出) 사장은 ‘자랑스런 우리 임직원’이란 제목의 사보 기고를 통해 “우리 직원들이 치열한 경쟁속에서 최선을 다하느라 혹시 지치지나 않을까 걱정“이라며 ‘무한한 애정’을 표현해 사원들을 감격시켰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