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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0월 31일 18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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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두 사람의 거취 문제는 과거 정풍(整風)파동 때도 소장파 의원들 간에 이심전심으로 공감대가 형성된 사안이었다. 다만 국면타개책이 논의될 때마다 수면에 떠올랐으면서도 누구도 드러내놓고 실명을 거론하며 말하기 어려웠던 ‘뜨거운 감자’였다.
그렇다면 이들의 거취 문제가 지금 시점에서 실명으로 거론된 이유는 무엇일까.
새벽21은 “민심 이반의 주요 원인인 편중 인사와 부정부패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이들의 이름이 오르내렸고, 이로 인해 두 사람의 존재 자체가 대통령과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돼 왔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재선 의원은 30일 “이런 상태가 더 지속되면 당이 죽는 것은 물론 특정 지역 출신을 제외한 의원들의 다음 임기도 보장받을 수 없다. 개인에 대한 동정이나 레임덕이 문제가 아니다”고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재·보선 직후 많은 의원들이 “만일 총선이었다면 서울에서 전패할 뻔했다”고 가슴을 쓸어 내린 것과 같은 맥락이다.
지난해 총선을 통해 민주당의 인적 구성이 큰 폭으로 변화한 것도 하나의 요인이다. 총선에서 대대적인 물갈이가 이뤄짐으로써 동교동계 인사들과 정서를 달리하는 초선 의원들이 대거 원내에 진입했고 57명에 달하는 초선 의원 중 상당수는 동교동계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지고 있다. 이들이 전면에서 정풍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셈이다.
두 사람에 대한 퇴진 요구의 바탕에는 차기 대선 구도에 대한 이해도 깔려 있다.
이인제(李仁濟) 최고위원과 가까운 권 전 최고위원에 대한 다른 예비후보 진영의 반감이 예비후보들을 지지하는 소장파들을 통한 공격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들이 언제 어떤 인사에 어떻게 개입했는지, 어떤 부패사건에 연루됐는지 구체적으로 근거를 내놓지 않고 막연히 의혹을 들먹이며 물러나라고 하는 것은 야당식 모함”이라는 반박도 나오고 있다. 동교동계 인사들은 당내 소장 개혁파들을 ‘말리는 시누이’쯤으로 생각하고 있고 그들의 행동을 “자신들이 살기 위해 당을 죽이겠다는 심사”라고 비난하고 있다.
<윤종구기자>jkm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