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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0월 31일 18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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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의 당정쇄신 파동, 올 5월의 정풍(整風) 운동, 9월 한광옥(韓光玉) 대표체제 출범 이후 불거진 김근태(金槿泰) 최고위원의 동교동계 해체론 등 민주당이 내분에 휩싸일 때마다 ‘단골 표적’으로 거론돼 왔지만 이번엔 양상이 좀 심각하다.
10·25 재·보선 이후 당 내부에 워낙 위기의식이 팽배한 데다 권력투쟁적 요소까지 끼어 들어 동교동계가 이번에는 ‘쇄신의 회오리’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일부 소장파들이 한 대표에게 권노갑(權魯甲) 전 최고위원을 해외로 내보내도록 건의한 것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보여주는 예다.
동교동계란 야당시절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동교동 집에 상주하다시피 하던 비서출신들을 지칭하는 말. 권노갑 전 최고위원을 비롯해 한화갑(韓和甲) 최고위원, 김옥두(金玉斗) 의원, 남궁진(南宮鎭) 문화관광부 장관, 최재승(崔在昇) 설훈(薛勳) 윤철상(尹鐵相) 의원 등 이른바 ‘7 가신’이 핵심이다.
하지만 정권 출범 4년에 이른 지금 동교동계는 심각한 분열상을 보이고 있다. 권 전 최고위원을 정점으로 한 구파와 한 최고위원을 중심으로 한 신파간의 ‘양갑(兩甲) 쟁투’도 이제는 옛말. 지금 상황은 ‘각자 도생(圖生)’의 길을 걷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옥두 이훈평(李訓平) 의원 등은 “동지를 향해 ‘쇄신’ 운운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격분했고 일각에선 “만만하게 당하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라며 칼을 갈고 있지만 동교동계의 반격수단이 마땅치 않은 게 현실이다.
청와대는 청와대대로 오히려 동교동계가 집단행동을 해 문제가 더 확산될까봐 권 전 최고위원 등에게 연일 ‘자제’를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당내 일각에서는 “그동안 동교동계 비판론이 대두될 때마다 사실상 이들을 감싸온 김 대통령이 이번에는 읍참마속(泣斬馬謖)의 결단을 내릴 가능성도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훈평 의원은 “정말 우리 때문에 이런 위기가 왔는지 이른바 쇄신파들과 TV 토론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김창혁기자>c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