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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0월 30일 1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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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사관은 뭐했나. 미국사람들 타국에서 사형시키는 것 봤나.”
“기가 찹니다. 원인제공은 공무원들의 무사안일주의….”
물론 이번 사건의 1차적 책임은 중국 정부에 있다. 한국인 마약사범을 사형시켜 놓고서도 외교관례를 무시하고 제때 한국대사관에 이를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비난은 우리 대사관과 정부를 향해 쏟아졌다. 원색적인 표현들까지 있었다.
“우째 이런 일이…. 정신차리거라, 대사 이하 직원들아.”
“대사관 직원들의 주요업무는 골프치는 것과 가라오케 가는 일.”
문제의 신모씨(41)와 정모씨(62)가 마약제조 판매혐의로 체포된 것은 97년 9월이다. 두 사람 중 신씨는 99년 8월 하얼빈(哈爾濱) 중급법원에서 사형선고를 받아 올해 9월 사형이 집행됐다. 정씨는 지난해 11월 구금 중 지병으로 숨졌다.
이 과정에서 주중 대사관이나 영사관이 한 일이라곤 올 6월 재판과정을 알려달라고 중국측 관련 기관에 구두 요청했거나 한 차례 공문을 보낸 것이 거의 전부다. 대사관이나 영사관 모두 두 사람이 체포됐을 당시 신분을 확인해 보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고, 현장에 가보지도 않았으며, 한국의 가족들에게 연락해 줄 생각도 하지 않았던 것.
대사관은 사건이 보도되자 29일 밤 서둘러 영사를 하얼빈으로 보냈다.
재중(在中) 한인 네티즌들이 분노할 만했고 성난 목소리들이 대사관 홈페이지를 메울 만했던 것이다.
대사관은 30일 홈페이지에 뜬 비난의 글들을 모두 삭제했다. 그러나 지운다고 책임마저 지울 수 있을까.
중국에 진출해 있는 한국인들은 요즘 그 수가 급격히 늘어 15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번 사건을 교훈삼아 더 늦기 전에 철저한 교민 보호대책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한 것처럼 보인다.
ljh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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