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성동기/軍내무반서 PC게임?

  • 입력 2001년 10월 29일 18시 41분


요즘 국방부는 정보화에 ‘유별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국방부는 최근 군부대 내무반에 개인용 컴퓨터(PC)를 반입토록 허용하고 병사들이 게임 영어학습 등을 할 수 있도록 인터넷망을 내무반에까지 연결하겠다고 밝혔다(본보 29일자 A30면). 또 과거 문맹자들이 군대에 가서 글을 깨우쳤듯이 이제는 군대가 컴맹 넷맹 퇴치에 앞장서고 있다는 자랑을 서슴없이 하고 있다.

“장병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99년 34%와 68%에 달하던 컴맹률과 넷맹률이 각각 1%와 4%로 낮아졌습니다. 범정부 차원의 정보화 시책과 장병 정보화교육의 결실입니다.”

전 세계적인 정보혁명의 흐름 속에 나타난 PC와 인터넷의 보급을 온통 정부 시책이나 장병 정보화교육의 성과로 돌리는데 대해서는 오랫동안 정부의 자화자찬성 홍보에 익숙해져 있는 만큼 그러려니 하고 넘길 수도 있다.

문제는 무분별한 정보화 추진이 가져올 부작용에 대해서도 충분히 검토한 뒤에 이 정책이 추진되고 있는가 하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는 점이다.

군사기밀 보호 등의 이유로 휴대전화 호출기 오디오카세트 등의 반입을 금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보화 욕구 충족’이라는 명분만으로 PC와 인터넷망은 이용해도 된다는 주장은 아무래도 논리적으로 설득력이 떨어진다. 여기에다 고가품인 PC 구입을 둘러싼 사병들 간의 위화감을 문제로 지적하는 일선 지휘관도 적지 않다.

또 수도권 지역조차도 지역에 따라 인터넷망이 아직 깔리지 않은 곳이 허다한 데 주로 오지에 위치한 군부대에까지 인터넷망을 설치한다는 계획안을 보면 현실성마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한 지휘관은 “국방부가 군 정보화사업을 추진하려면 군사행정 처리에 필요한 정보통신기기를 신형으로 교체하고 물자조달 체계를 현대화해 투명성을 강화하는 것이 더 시급한 과제”라며 “한건주의식 아이디어보다는 군 전력 증강에 보탬이 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성동기<정치부>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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