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신용금고 "신용 낮아도 OK"

  • 입력 2001년 10월 22일 18시 52분


신용금고가 떴다.

올들어 불법 사채업자에 대한 당국의 대대적인 단속이 실시되고 은행 금리가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상호신용금고가 유례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은 사채업자보다는 싼 이자에 돈을 빌릴 수 있고 예금자의 입장에서는 은행보다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기 때문.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9월말 현재 금고의 ‘무보증 신용대출(300만원 이하)’ 규모는 1조679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3월말 2769억원에 비해서는 4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며 6월말(4806억원)보다는 두 배 이상 증가한 것.

또 300만원 이상의 신용대출도 올 6월에 5조1795억원이었지만 7월 5조3602억원, 8월 5조6694억원, 9월 5조9087억원 등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소액대출시장 갈수록 뜨거워질듯〓현재 전국 대부분의 신용금고들이 저(低)신용자와 신용불량자를 겨냥한 고금리의 소액급전대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올초 현대스위스금고나 푸른금고 등이 시작한 서비스였지만 ‘사채시장의 대안’으로 호응을 얻으면서 크게 확산되고 있는 것.

금고와 사채업계의 ‘격전지’인 300만원 이하의 소액대출시장 규모는 30조∼50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소액 신용대출실적이 100억원 이상인 금고는 3월말 7개에 그쳤지만 9월말에는 22개로 늘어났다. 앞으로 금고들의 공격적인 마케팅이 계속될 경우 금고의 판정승이 예상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금융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 신용금고연합회에 서민금융안내센터를 설치하고 신용리스크에 따른 대출금리 적용폭 확대를 유도하고 있고 300만원 이하 소액대출의 경우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 산정 때 위험가중치를 완화해주고 있다”며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될 경우 신용금고의 영업 실적은 더욱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파격적인 대출 상품들〓현대스위스금고는 연 48%의 금리로 200만원까지 빌려주는 ‘체인지론’을 판매하고 있다. 이 상품은 사채 이용고객을 대상으로 대금업체 거래증명서만 제출하면 대출 갈아타기용 자금을 빌려준다. 푸른금고도 연 24∼29%에 최고 200만원까지 즉시 빌려주는 대출 상품을 판매중이다.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을 정도의 신용만 있으면 가능하다. 한솔금고는 사금융 이용자를 위한 대출상품인 ‘SOS론’을 판매중이다. 금리는 월 2.0∼4.5%(최고 연 54%)이며 대출한도는 200만원.

이 같은 대출 상품들이 불티나게 팔리면서 금고들의 영업실적도 뚜렷이 좋아졌다. 현대스위스금고의 경우 소액 급전 대출 실적이 1000억원을 이미 돌파했으며 체인지론 대출고객수도 4만여명에 육박하고 있다. 다른 금고들도 비슷한 상품을 내놓은 지 한두달 만에 대출금액이 100억원대에 달하는 등 대출실적도 덩달아 좋아지고 있다.

<이훈기자>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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