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국민주택기금 제구실 못해…금리, 은행보다 높아져

  • 입력 2001년 10월 21일 18시 55분


근로자와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조성된 국민주택기금의 대출금리가 시중은행보다 높아 서민 가계에 오히려 부담을 주고 있다.

이에 따라 기금을 운용하는 건설교통부와 주택은행이 시장금리 하락 추세에 탄력적으로 대응하지 못해 본래의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국민주택기금의 근로자주택자금 대출금리는 일반은행보다 3∼5%포인트 낮아 주택 구입에 따른 이자 부담을 줄여 서민들의 주거 안정에 기여했었다.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상반기 은행들의 주택자금 대출은 6458억원 늘어났으나 국민주택기금 대출은 무려 5248억원이나 감소했다.

기금 대출은 주택경기 회복에 따른 신규 대출 수요 증가로 작년에만 3조9042억원이나 증가했다.

이처럼 국민주택기금 대출이 감소한 것은 올 들어 시장금리가 계속 내리면서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금리는 크게 내렸지만 기금 대출금리는 이를 따라가지 못해 경쟁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국민주택기금의 대출금리를 보면 분양주택 구입 자금은 전용 면적에 따라 7.5∼9.5%, 기존주택 구입 자금은 7.5∼9.0%로 시중은행(6월중) 7∼7.5%보다 크게 높다.

국민주택기금도 시장금리 하락세를 반영해 7월1일자로 금리를 0.5∼1.5%포인트 내렸지만 시중은행의 대출금리는 이달 들어 6%대 초반까지 하락하는 등 훨씬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기금을 위탁 관리하는 주택은행은 하반기에는 대출금리 인하 추세가 반영돼 대출금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아직도 시중은행 대출금보다는 높은 수준이어서 가계에 부담을 주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서민들은 기존의 고금리 대출금을 서둘러 갚거나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기금 대출금을 갚는 ‘갈아타기’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금융계 관계자는 “정부가 적극적인 재정 집행을 통해 경기를 살리겠다고 나선 마당에 기금에서는 반대로 시중 자금을 흡수하고 있다”며 “기금이 시장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두영기자>nirvana1@donga.com

주택자금대출 증감 추이
대출기관2000년2001년
1분기2분기3분기4분기1분기2분기
은행15,60618,396-12,10623,0472,3594,099
국민주택기금2,9446,18526,1164,157-1,314-3,934
(자료: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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