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강아지눈에 비친 세상 '바둑이는 밤중에 무얼할까'

  • 입력 2001년 10월 19일 18시 37분


바둑이는 밤중에 무얼할까/노경실 지음 이형진 그림/116쪽 6800원 웅진닷컴

자고 싶을 때 자고, 먹고 싶을 때 먹는 ‘팔자 좋은’ 요즘 강아지를 바라보고 있으면 문득 그들에게도 생각이라는 게 있을까 궁금해진다. 먹을 것만 보면 꼬리를 흔들며 달려와 보채는 모습을 보아서는 어김없이 생존 본능의 지배를 받는 아둔한 한 마리 짐승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주인에게 보여주는 놀라운 충성과 애정을 간혹 발견하게 되는 순간 ‘도대체 저 녀석 머리엔 무슨 생각이 든거야?’ 궁금해진다.

‘강아지 똘똘이의 모험’이라는 만화를 30분만에 ‘해치워 버린’ 현호는 문득 자기가 키우는 ‘똥개’인 ‘바둑이’도 사람처럼 말을 하며 모험을 즐기는 건 아닐까 하는 호기심이 생긴다. 어렸을 적의 호기심이란 결코 쉽게 체념되는 법이 없어서 현호는 며칠 밤을 궁금증에 끙끙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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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나를 이로 만들어서 바둑이 몸에 달라붙게만 해 주시면 바둑이의 비밀을 밝혀 드릴께요!”

“엉뚱한 소리 그만하라”며 엄마가 꿀밤을 때리곤 하지만 현호는 며칠간 기도를 계속한다. 어느날 자정 무렵, 자명종 시계 소리에 잠을 깬 현호는 평소 때 침대 이불과는 다른 느낌에 깜짝 놀란다. 그건 바둑이의 털이었다. 소원대로 현호는 이로 변해있었다.

“아휴. 잘 잤다. 이제 슬슬 움직여 볼까. 머엉.”

바둑이가 분명히 사람처럼 말을 하고 있었다. 바둑이는 모두가 잠든 밤 강아지들의 학교로 간다. 슈퍼마켓 진돗개 선생님, 석유가게 똘랑이, 통장집 털부숭이 등 7마리의 강아지가 인간세상에 대한 이야기로 목청을 높인다. 컴퓨터에 빠져 자기에게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주인집 꼬마에 대한 섭섭함, 주식투자로 큰 돈을 번 주인 아저씨가 첨단 방범 설치를 하면 자신은 퇴출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불안감….

바둑이는 눈이 먼 주인을 모시고 어렵게 살아가는 뚱이에게 찾아가 안내견이 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불 켜진 새벽 예배당에서는 죽을 때까지 현호네 집에서 살게 해달라고, 그리고 현호가 더 이상 자기를 발로 차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현호는 그 때 바둑이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본다.

모든 세상은 인간이 바라보는 대로 서술된다. 한번쯤 강아지들의 눈에 비친 세상을 상상해보는 것도 어린이들이 이기심을 버리고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마음을 기르게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초등학교 저학년용.

<김수경기자>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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