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추칼럼]상무의 프로화 과연 최선인가

  • 입력 2001년 10월 18일 17시 14분


광주를 연고로 상무가 프로화 된다는 얘기가 있다는 것은 이미 많은 분들도 아시고 계실 것이다. 아직 국방부에서 확실히 결정된 사항은 아니지만 축구협회의 제안에 의해 적극적으로 검토중이라고 한다. 상무를 프로로 끌어들이려 하는 목적은 크게 두 가지라 볼 수 있다. 한가지는 선수들의 병역에 대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요, 다른 한가지는 이 참에 10개 구단에 지나지 않는 프로 축구단의 수를 늘려 리그를 더욱 활성화한다는 데에 있다 하겠다.

사실 위에 언급한 두 가지 이유 중 첫 번째 이유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상무가 프로화가 된다면 지금의 군 소속의 순수 아마추어로서 치르는 경기수 보다 더욱 많은 수의 양질의 경기를 치를 수 있음으로 해서, 기존의 대표급 내지는 각 팀의 핵심 멤버들의 군입대로 인한 성장의 멈춤이나 공백 등은 어느 정도 보완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 또한 그 자체만을 따로 떨어뜨려 놓고 생각해 보면 좋은 것은 있으되 나쁠 것은 없는 것이다. 굳이 자국의 리그가 정착이 된 다른 나라와 비교하지 않더라도 월드컵을 치르는 경기장을 가진 도시 중에서 절반에 해당하는 도시가 그 연고팀이 없는 현실을 돌아 볼 때는 누구라도 현재의 팀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 창단 주체가 ‘상무’라는데 있다. 상무는 다들 아는 것처럼 군 소속 체육부대의 이름이다. 그들은 다른 10구단의 선수들처럼 구단에게서 프로로서 정당한(?) 보수를 받는 것도 아니요, 또한 자신이 들어오고 싶다고 해서 아무 때나 들어오거나 혹은 더 있고 싶다고 해서 더 있을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단지 대한민국 남자들의 의무인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고 있는 군인의 신분일 뿐이다. 26개월의 정해진 기간을 봉사하고 나면 무조건 팀을 떠나야 하며, 또한 그렇게 제대하여 팀을 떠나게 되면 다시는 들어 올 수조차 없다. 즉, 구단의 입장에서 보면 타 구단과의 트레이드나 선수 영입 등의 그 어떠한 활동도 할 수 없게 되어 있는 구조인 것이다.

이러한 태생적인 한계를 안고 있는 상무가 과연 프로 구단으로서 연고 도시에 그 뿌리를 내릴 수 있을지는 정말 의심스럽다. 과연 어떤 사람들이 얼마 안 있어 정해진 기한을 채우고 나면 자신의 원래의 팀으로 훌쩍 떠나버릴 선수들로만 구성되어 있는 팀을 자신들의 연고 구단으로 선뜻 받아들이겠냐는 말이다. 또한 외국인 선수 수입 등 팀에 대한 그 어떠한 투자도 하지 않는 구단과, 마음은 본 소속팀에 가있되 임시로 몸만 매여있는 선수들의 플레이가 얼마나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그렇다면 먼저 문제의 본질을 다시 되돌아보자. 왜 상무인가. 현재 25명에 지나지 않는 상무의 정원으로는 입대 하는 선수들 중 극소수의 인원만을 흡수할 수 있을 뿐 모두 일반병으로 군복무를 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제아무리 선진국형 클럽 시스템을 도입하여 유소년 축구를 활성화한다고 해도 그 25명의 인원을 제외하고는 각 구단에서 기껏 힘들게 키워온 대다수의 선수들의 기량은 군 복무 후에 도로아미타불이 되어버릴 가능성이 크다. 이런 이유로 이미 국방부에서는 상무의 정원을 현재 25명에서 50명으로 늘리자는 축구협회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으로 알고 있다. 즉, 보다 많은 선수들에게 병역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자는 것이 그 최대 목표가 아닌가.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상무의 프로화 추진은 뭔가 좀 핀트가 어긋난 듯한 느낌이다. 선수들의 기량 발전을 위해 병역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 그 일차목표라면 말이다. 상무가 프로가 된다고 해서 정원이 다시 늘어나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단지 상무에 있는 주요 선수들이 좀더 양질의 경기들을 치를 수 있음으로써 본 소속팀에 있을 때와 같이 실전을 통해 기량의 연마를 꾸준히 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다. 그러나 문제는 ‘프로’라는데 있다. 애초부터 연고지역민들로부터 외면 받을 수밖에 없는 문제를 안고 있는 상무를 굳이 프로로 활용하려는 것은 현재의 지역연고제를 역행하는 일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혹여 그 보완책으로 상무를 프로에 참여시킴으로써 군에 입대할 선수들을 다시 각 구단에 역임대하여 본 소속팀에서 계속 뛰게 한다면 그 활용가치가 더 높아질 수는 있지만 끝내 기형적인 리그의 구조는 면할 수 없을 것이다. 가장 좋은 해결책은 상무는 지금 있는 그대로 순수 아마추어 팀으로 두고 선수만을 본 소속구단으로 다시 파견근무를 보내는 형식으로 계속 소속팀에서 경기를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국방부 또한 각 구단으로부터 선수의 가치에 따라 임대료를 받아서 국방 예산에 보탬이 되서 좋고 구단 또한 자신들의 선수들을 계속 쓸 수 있는 양자 만족이 될 수 있다. 문제는 관련 법규의 개정과 타 종목과의 형평성 문제 등이 있겠지만 축구인의 입장에서 보면 그렇다는 얘기다.

이러한 문제점은 축구협회가 상무의 활성화를 통한 주요 선수들의 병역문제 해결과 리그로서의 중량감이 떨어지는 K-league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아니 어쩌면 월드컵 이후에 마냥 대책 없이 놀게 될지도 모를 구장들에 대한 대안(?) 중의 하나로써 프로팀의 수를 늘려 손쉽게 책임을 면해보겠다는 그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쫓기 때문이다. 물론 두 마리 모두 잡지 말라는 보장은 없지만 위에서 지적되는 상무의 태생적인 한계에서 비롯되는 여러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과연 축구협회나 연맹측에서 얼마나 준비를 철저히 하고 있는지는 생각해볼 문제다.

자료제공: 후추닷컴

http://www.hooc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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