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심규선/“칼자루 받았다”

  • 입력 2001년 10월 16일 18시 52분


일본에서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당일치기 한국 방문의 손익계산이 분주하다. 그 중에는 이번 방한으로 달라진 것은 없으며 앞으로가 중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그에 비하면 한국 정부의 평가는 상대적으로 후하다. 한국 정부는 교과서문제의 경우 ‘역사공동연구기구’를 설치하는 것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고 보는 것 같다. 그러나 일본 문부과학성 차관은 “교과서의 공동 연구는 힘들다”고 선을 그었다.

야스쿠니신사 참배문제에 대해서도 한국측은 고이즈미 총리가 “누구나 참배할 수 있는 곳을 만드는 문제를 검토하겠다”고 한 발언을 주목하고 있으나 ‘누구나 참배할 수 있는 곳’과 야스쿠니신사는 별개 문제라는 ‘함정’을 읽지 못하는 것 같다. 일본 총리가 양쪽을 모두 참배하는 일도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꽁치어장문제도 현재로서는 일본이 대체어장을 제공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인데 일본이 쉽게 양보할 리가 없다.

일본의 일부 언론은 오히려 일본이 미군 지원 명목으로 파키스탄에 자위대를 파병하는 데 대해 한국측이 이해를 표시하자 “지금까지의 역사적 배경을 고려하면 획기적인 일”이라며 예기치 않은 소득을 얻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런데도 한국 정부는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공은 일본으로 넘어갔다며 안도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공을 넘겨받은 것이 아니라 칼자루를 쥐게 됐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일본 공영방송인 NHK는 “국내 정치 기반이 취약해진 데다 대통령선거까지 앞둔 김대중(金大中) 정권으로서는 국내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일본의 태도를 주시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 정부가 당분간 무리한 요구를 해서 문제를 키우는 일은 없을 것이며, 일본 정부의 태도가 한국의 국내 정치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우리 정부의 분석을 믿고 싶지만 일본의 반응과는 너무 다른 것이 마음에 걸린다.

심규선<도쿄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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