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시즌]진필중 "새가슴? 더는 아냐"

  • 입력 2001년 10월 16일 18시 36분


진필중
15일 현대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이 끝난 뒤 두산 마무리 진필중(29)에게 물었다.

“그동안 계속 불안했는데 이제 컨디션이 살아나는 것이냐”고. 이에 대한 진필중의 대답은 조금 엉뚱했다. “한번도 마운드에서 불안해한 적이 없었다. 컨디션은 항상 좋았고 다만 상대타자들이 내 공을 치느냐, 못 치느냐에 따라 상황이 변했을 뿐이다.”

당당한 자신감의 표현이었지만 벤치에서 볼 때 그는 적어도 포스트시즌에선 ‘물가에 내놓은 어린아이’처럼 불안한 마무리였다. 지난해까지 포스트시즌에서 통산 1승4패1세이브. 특히 지난해엔 마무리 자리를 내주고 선발로 돌아설 정도였다. ‘불지르는 소방수’나 ‘새가슴’은 그래서 붙은 별명.

플레이오프 1, 2차전에서도 두산 김인식 감독은 진필중 때문에 무던히 속을 끓였다. 1차전에선 8회말 1-1 동점상황에 나가 박경완에게 3타점짜리 2루타를 얻어맞는 등 4점을 내줬고, 2차전에서도 세이브를 따내긴 했지만 9회 1점을 내주는 등 미덥지 못했다.

이번 플레이오프 승부의 분수령이 되는 3차전에서 보여준 ‘철벽 마무리’는 그동안의 부진을 싹 씻을 수 있었던 한판. 8회부터 구원등판한 진필중은 7타자를 맞아 단 한 개의 안타도 맞지 않고 삼진 3개를 잡아내며 깨끗이 경기를 마무리지었다. 투구스피드도 148㎞에 달하는 ‘광속구’를 뿌려 팬들을 감탄케 했다.

특히 이 경기에선 그동안 자주 던지지 않았던 변화구를 총동원해 관심을 끌었다. 진필중은 “직구위주의 단조로운 피칭이 간파됐다고 판단해 슬라이더 외에 너클커브, 싱커, 라이징 패스트볼 등 내가 던질 수 있는 구질을 모두 던졌다”고 밝혔다.

진필중의 꿈은 한국시리즈 우승. 팀을 우승으로 이끈 뒤 해외로 진출 하겠다는 야심을 갖고 있다. 김인식 감독도 “진필중 정도의 스피드를 갖춘 투수들은 많지만 그만큼 제구력이 있는 투수는 드물다. 미국 무대에서도 통할 만하다”고 ‘응원사격’을 날렸다. 한국에서의 마지막 무대를 멋지게 장식하고픈 진필중이다.

<김상수기자>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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