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금융감독체제 개편 1년 지나도 '제자리'

  • 입력 2001년 10월 7일 18시 39분


정부가 지난해 10월말부터 시작한 금융감독체제 개편작업이 1년이 지났는데도 부처간 이견과 금융감독원의 반발 등으로 뚜렷한 해답을 찾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터진 동방금고 사건 파장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금융감독체제를 전면 손질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올 4월 구체적인 방안까지 내놓았으나 관련법 개정 등 후속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특히 감독체제 개편으로 입지가 크게 좁아질 금융감독원이 집단반발하고 나서면서 이미 마련된 감독조직혁신방안은 빛을 보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 국회서 관련법안 제출 안해〓재정경제부 당국자는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서 법개정 없이 감독체제를 바꾸자는 주장을 하고 있어 감독체제 개편의 핵심법안인 금융산업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과 금융감독기구 설치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이번 국회에서 올리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개편작업의 핵심 뼈대인 증권선물위원회의 조직강화 및 위기관리시 재경부에 금융감독권을 주도록 한 방안들이 모두 미뤄지게 된다. 또 한국은행과 공동검사를 하는 권한분산 작업도 금감원의 반발로 뚜렷한 결정을 내리지 못한 상태. 정부는 한국은행에 위탁검사권을 주는 방안을 법개정으로 제도화하는 방안을 택하지 않고 금감원과 협의를 통해 결론짓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는 것.

위기관리시에 재경부가 금융기관 적기시정조치권과 인허가권을 발동하도록 하는 금융산업구조개선에 관한 법률도 부처간 이해다툼을 풀지 못해 이번 국회에 올리지 못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감독체제 손 안대고 금감위 권한만 강화 우려〓증권선물위원회에 증권시장 조사와 기획 지휘 기능을 갖도록 하는 조직강화방안도 표류하고 있기는 마찬가지. 금감위는 행정자치부에 증선위 산하의 조사정책국을 새로 만들고 3개 과를 두는 등 30명의 인력을 충원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행자부가 난색을 나타내고 있다.

정부는 최근 열린 당정회의에서 금감위에 국세청과 버금가는 현장조사권을 주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나 검찰과 국세청 등의 반발이 예상되고 있다. 기획예산처 관계자는 “지난해 터진 대형 금융사고로 감독조직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많아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았으나 재경부와 금감위 금감원 행자부 등 관련부처가 손발이 맞지 않아 개편작업이 늦춰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 노조의 반발 등이 거세지자 이근영(李瑾榮) 금감위원장은 “증선위 조사기능만 강화하고 나머지는 현행처럼 유지한다”는 방침을 밝히고 재경부 및 기획예산처 방안과는 별도로 독자적인 개편작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영해기자>yhchoi65@donga.com

금융감독조직 혁신 방안 추진 일지
2000년
10월
‘정현준 게이트’ 발생(동방금고 사건)
10월금융감독체계 개편 방안 마련 방침 발표
11월금융감독조직혁신반 태스크포스팀 출범
12월금융감독조직혁신작업반 시안 발표
12월금융감독조직혁신위원회 출범
2001년
4월
재경부, 금융감독체계 효율화 방안 발표
4월금감원 직원 사직서 제출 등 반발
9월‘이용호 게이트’ 발생
10월정기국회에 감독체계 개편관련 법안 제출 안됨
10월이근영 금감위원장, 금감위에 국세청 버금가는 조사권 부여 추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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