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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0월 6일 18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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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세 유통업체를 운영하는 김영우씨(37·경기 성남시 분당구)도 사정은 비슷하다. K은행과 거래한 지 6년째이지만 운전자금 몇 천만원을 빌리려 해도 보증서나 담보를 요구받는다. 보증서를 받기 위해 신용보증기금을 찾은 김씨는 그만 할말을 잃었다. 보증을 받기 위해 찾은 신보가 보증인을 요구했기 때문.
은행들이 중소기업에 대출하면서 보증서를 요구하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다. 대출의 위험을 보증기관에 떠넘기는 이른바 ‘보증서담보 대출’이 외환위기 이후 오히려 증가해 ‘신용사회정착’은 구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왜 보증서를 요구하나〓신보에 따르면 97년 12월말 금융기관 보증건수는 16만여건, 보증액은 10조4300여억원이었으나 올 8월말엔 각각 32만4000여건, 20조4300여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기술신용보증기금도 같은 기간 2만3200여건, 2조1000여억원에서 7만5100여건, 11조원으로 급증했다.
정부의 중소기업대출확대 정책에 따른 결과이지만 은행들도 필요 이상으로 보증서담보 대출을 부추기고 있다.
보증서담보는 △부도시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고 △담보대출의 위험가중치가 50∼100%이지만 보증부대출은 10∼20%에 불과해 은행의 건전성을 판단하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높이는 데도 도움을 준다.
신보의 한 관계자는 “은행들이 서로 자행에 고객을 보내달라는 요청이 끊이질 않는다”고 털어놨다. K은행의 한 관계자는 “보증서 대출의 경우 기준금리보다도 2%포인트 낮은 7%대에 대출해준다”며 “보증서담보 대출을 많이 유치한 지점장은 고과도 잘 받는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중기대출에 비해 보증서담보가 더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의 경우 98년 말엔 중기대출이 약 5조원, 보증서담보는 5976억원으로 중기대출 중 보증서담보가 차지하는 비율이 11.6%였지만 올 6월말엔 중기대출 8조5940억원, 보증서담보 1조5237억원으로 17.7%나 됐다.
▽부작용은 없나〓리스크컨설팅코리아의 이정조 사장은 “은행이 힘들여 기업을 심사 평가하기보다는 쉽게 장사하려들기 때문”이라며 “기업을 선별해 보증서를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부부담의 증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신보나 기술신보는 정부 등이 출연하는 자본금(기본재산)의 20배 이내에서 보증할 수 있어 이들 보증기관의 자본금이 늘고 있다. 신보의 경우 97년 7052억원에서 작년 말 2조8923억원으로, 기술신보도 3266억원에서 1조1895억원으로 증가했다. S은행의 임원은 “경기가 나빠져 기업들의 부도가 잇따를 경우 이들 기관의 부담은 곧 국가 및 국민 전체의 부담으로 전가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의 임원은 “보증기관도 보증인이나 담보를 요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은행이 보증기관에 위험을 떠넘기지만 이들도 기업을 제대로 평가할 능력이 없다”고 말했다.
<이나연기자>larosa@donga.com
| 신용보증기금의 금융기관 보증 현황(단위:건, 억원) | ||
| - | 건 수 | 보증금액 |
| 97년 6월 | 161,279 | 101,596 |
| 97년 12월 | 161,780 | 104,306 |
| 98년 6월 | 183,043 | 202,744 |
| 98년 12월 | 178,282 | 204,642 |
| 99년 6월 | 180,182 | 174,594 |
| 99년 12월 | 245,377 | 185,496 |
| 2000년 6월 | 289,463 | 187,406 |
| 2000년 12월 | 309,308 | 190,631 |
| 2001년 8월 | 324,361 | 205,59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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