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남의 손에 맡겨진 ‘검찰개혁’

입력 2001-10-05 18:46수정 2009-09-19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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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검찰의 중립성과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기로 합의한 것은 국민의 검찰 불신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공통 인식에서 나왔다. 여권 공식 회의에서 ‘썩은 검찰’이라는 표현까지 나왔다는 것은 검찰의 부패와 권력 종속성이 더 이상 방치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는 의미다.

검찰 개혁 논의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매번 논의에 그치고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어느 정치권력이든 검찰권을 장악하는 데서 나오는 편리성을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정부 들어서도 대통령 직속 사법개혁추진위원회에서 검찰 개혁안을 대통령에게 보고한 바 있으나 후속조치가 나오지 않았다. 이번에는 여당이 먼저 검찰 개혁을 제의했고 야당이 적극 수용했다는 점에서 논의의 시작이 과거와 달라 관심을 끈다.

검찰 개혁의 핵심은 인사제도에 있다. 법무부장관 검찰총장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협의해 검찰 인사를 한다는 것은 법조계가 다 아는 상식이다. 이런 인사제도를 고치지 않고서는 검찰이 권력 종속 구조로부터 벗어나기 어렵다.

이러한 인사관행은 조직의 부패와도 무관하지 않다. 지연 학연으로 얽힌 인사는 상호 견제 및 검증 기능이 약해져 부패의 온상이 되기 쉽다. 지역 정파 학벌에 이끌려다니는 인사를 걸러내는 기능을 할 수 있다면 검찰인사위원회 제도도 검토할 만하다.

정치권 인사들로만 구성된 국회 정치개혁특위에서 검찰 개혁이 논의되다가는 자칫 정치적 이해에 따라 왜곡될 우려도 크다. 이런 식의 검찰 개혁은 용두사미로 그치거나 정권이 바뀐 뒤에는 다시 옛날로 복귀해 버릴 가능성도 있다. 시민 학계 등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해 깊이 있는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사법개혁추진위원회는 2000년 보고서에서 검찰총장으로부터 독립된 특별수사전담부를 두어 정치적 사건이나 검찰 자체 사정을 맡김으로써 검찰조직을 정치적 영향과 부패로부터 차단하는 방안을 건의했다. 사법개혁추진위원회는 군대식으로 경직된 검사동일체의 원칙에 예외를 인정해 주임검사 이의제도를 두자고 보고했다. 주임검사 이의제도가 있었더라면 이용호 게이트처럼 체포장을 받고 증거서류까지 압류해 놓은 수사가 의혹 속에 중단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떤 개혁의 시도도 검찰의 자발적인 협조 없이는 성공하기 어렵다. 검찰은 정치권이 검찰 개혁을 논의하게 된 현실을 부끄럽게 여겨야 한다. 그리고 국민의 신뢰를 되찾겠다는 깊은 자성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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