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조폭의 야당의원 협박

  • 입력 2001년 9월 27일 18시 51분


‘이용호 게이트’를 둘러싸고 국회에서 그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일부 야당의원들에 대한 협박 편지와 전화가 국민적 개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아직 정체가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조직폭력의 소행으로 추정할 수밖에 없고 그 내용은 조폭에 대한 분노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것이다. 사정 당국이 철저한 수사를 통해 의정이 협박받지 않고, 만에 하나라도 의원이 위해(危害)를 당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번 협박이 한나라당의 ‘권력형 비리진상조사특위’ 위원장을 비롯한 의원 3명을 상대로 잇달아 벌어진 것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의원님과 자제분들의 위치를 파악하고 있다’ ‘검찰에서도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인정한 일을 들쑤시는 일은 저와 우리 식구들이 이해하기 힘들다’는 식의 조폭 특유의 공갈은 야당의 비리 추적 의지를 위축시키려는 것이며 의정에 대한 도전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 사태에 대해 한나라당이 ‘조폭 테러와의 전쟁’을 선언하고, 민주당 지도부도 ‘정당 정치 활동이 폭력배들에 의해 협박당하거나 침해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히고 있다. 국회의원이 국민의 직접선거로 뽑히는 헌법기관임을 생각할 때, 또 자유로운 의정 활동이 민주주의 요체임을 고려할 때, 조폭이 의정 활동을 겨냥해 그런 도전적인 협박을 자행한다는 것은 참으로 우리 정치의 근본을 걱정하고 개탄하게 한다.

일부 여당의원들이 자작극(自作劇)이 아니냐고 의심하는 것은 지나친 정치적 대응이다.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상태이긴 하지만, 그 협박의 표현이나 대상 의원 수를 고려할 때 일단 범죄적인 조폭들의 소행을 먼저 의심하고 철저한 수사를 통해 범인을 잡으라고 촉구하는 것이 상식이고 순리일 것이다. 정치적 ‘맞불’이 오히려 정부와 여당의 입장을 약화시키고 몰리게 할 수 있음도 알아야 할 것이다. 여당 일부의 그런 주장으로 실체 없는 협박 사건이 더욱 공방을 뜨겁게 하고 ‘정치화’하고 있는 것이 현실 아닌가.

국회의원에 대한 위협 협박은 여야가 공동으로 의정을 보호하는 자세로 나서는 것이 옳다. 지난번 의료법과 약사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되었을 때도 이해 관계인들이 법안에 관여한 의원들을 상대로 홈페이지를 통한 욕설 비방으로 물의를 빚은 적이 있다. 과학기술통신위의 한 여당의원도 특정 통신회사 직원들로부터 협박성 전화와 전자우편 공세에 시달려 파문이 일기도 했다. 어떤 형태건 의원의 의정 활동에 대한 ‘얼굴 없는 테러’는 발본색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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