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안양 박정환 "확실히 떴다"

  • 입력 2001년 9월 27일 18시 37분


박정환
“어려움을 참고 견딘 주인공이 왕자님을 만나 행복해진다”는 ‘신데렐라 이야기’처럼 ‘스타 탄생’은 극적일 때 더 흥미를 끈다. 더구나 뜻하지 않게 찾아온 기회가 성공의 결정적인 계기가 된다면.

K리그에 새로 떠오른 골잡이 박정환(24·안양 LG·사진)의 이력도 동화 못지않게 극적이다.

박정환은 최근 11경기에서 8골을 몰아넣으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경기당 득점 0.73골은 전체 1위. 내로라 하는 스트라이커들 중에서도 최고의 결정력을 자랑하는 셈이다. 박정환은 26일 부산 아이콘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토종’ 첫 해트트릭을 기록해 득점 랭킹에서도 5위로 뛰어올랐다. 박정환은 이날 전반 31분까지 3골을 넣어 프로 축구 출범 이후 최단시간 해트트릭이라는 진기록도 세웠다. 볼에 대한 집중력과 탁월한 슈팅 타이밍은 상대 수비수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이제는 안양에서 뺄 수 없는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만, 7월로 접어들 때까지만 해도 박정환은 그라운드보다 벤치가 어울리는 무명 선수였다. 99년 인천대를 졸업하고 안양에 입단한 프로 3년차. 하지만 지난해까지 5경기에 출장해 1골을 기록했을 뿐 최용수 정광민 드라간 등이 버티는 두꺼운 안양의 공격진에서 박정환은 주전은커녕 1군에도 진입하기 어려웠다.

기회는 엉뚱한 곳에서 왔다. 7월말 불거진 주전 공격수 정광민의 ‘음주 파동’. 이미 최용수는 지난해 J리그로 이적했고 올 시즌 공격력 강화를 위해 영입한 비탈리마저 부상으로 휘청거려 마땅한 공격수가 없자 조광래 감독은 마지막 카드로 박정환을 빼들었다. 그의 ‘가능성’을 믿어준 조 감독에 대해 박정환은 ‘골 폭풍’으로 화답한 것.

전반기 무명에서 후반기 스타로 누구보다 극적인 한 해를 보내고 있는 박정환은 해트트릭을 기록한 뒤 “그저 남은 경기를 다 뛰고 싶다”는 ‘소박한 소감’을 밝혔다. 그 동안의 마음 고생과 앞으로의 각오를 함께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주성원기자>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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