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자 세상]뻔한 '금연 선언'

  • 입력 2001년 9월 19일 19시 07분


 대학에 다닐 때부터 8년간 담배를 피워온 회사원 K씨(28)가 최근 금연 결심을 했다. 금연 빌딩이 생기는 등 흡연자로서 설 땅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추세에 ‘순응’하기로 한 것이다.

 우선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재떨이를 돌려 드리고, 방안에는 큼지막하게 ‘금연’ 표지판을 내걸었고 금연수칙에 따라 적극적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금연 의지를 알렸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말로만 하지 말고 이번에는 진짜로 담배를 끊어봐. 벌써 금연하겠다고 말한 게 100번은 넘은 것 같아. 이것 좀 봐. ‘금연각서’까지 있잖아.”

 K씨의 여자 친구는 2년전부터 지갑에 보관하고 있던 ‘금연각서’를 내보일 정도로 믿지 못하겠다는 태도였다.

 아니나 다를까. K씨의 결심은 며칠후 회사 근처의 한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에서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주인 아저씨. 여기서 담배 피우면 안되죠?”

“그냥 피우세요. 저도 ‘골초’인데요.”

“저기 ‘금연’ 표지판이 있는데….”

“저거요? 장식품이에요.”

<차지완기자>marud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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