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양준혁 "타격왕은 나"

  • 입력 2001년 9월 18일 18시 32분


양준혁 3년만의 왕좌탈환 야심
양준혁 3년만의 왕좌탈환 야심
마라톤에서 우승을 하려면 라스트 스퍼트가 중요하다.

아무리 초반에 잘 달렸거나 중반에 선두를 유지했다고 해도 마지막에 있는 힘을 쏟아 부어야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할 수 있다.

막바지로 접어든 프로야구 정규리그는 각 팀의 순위 싸움 못지 않게 개인상 경쟁도 뜨거운 가운데 타격왕 레이스가 최대 격전지로 불렸다. 자고 나면 순위가 바뀌었고 타율은 소수점 아래 네다섯 자리까지 따져봐야 겨우 우열이 가려질 정도였다.

하지만 이런 혼전 양상을 뚫고 LG 왼손타자 양준혁(32·사진)이 제법 선선해진 초가을 바람 속에서도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타격왕 등극에 바짝 다가섰다.

17일 현재 타격 랭킹에서 양준혁은 타율 0.356을 기록, 0.346의 2위 심재학(두산)을 제치고 1위에 올라 있다. 언뜻 보면 3위 데이비스(한화·0.342) 4위 에레라(SK·0.338) 5위 호세(롯데·0.337)와 여전히 박빙의 레이스를 펼치고 있는 것 같으나 최근 페이스를 보면 상황이 다르다.

9월 들어 타율 0.500의 맹타를 날리고 있는 양준혁은 최근 6경기에서도 시즌 타율을 웃도는 0.476을 마크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달렸다. 반면 무릎 부상에 시달린 심재학은 6경기 타율이 0.333으로 주춤거렸으며 데이비스(0.273) 에레라(0.222) 호세(0.158) 등은 2할대를 밑돌며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

9년 연속 3할 타율에다 98년 이후 3년 만의 타격왕 탈환을 노리는 양준혁의 야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셈이다.

타격 선두를 달리고 있으나 양준혁은 마냥 즐거운 표정일 수는 없다. 우선 팀순위가 최하위로 떨어져 있어 플레이오프 진출이 사실상 힘들어진 것. 또 승부처에서는 타격이 침묵을 지킬 때가 많고 영양가 없는 안타를 양산했다는 주위의 시선도 부담스럽다.

양준혁은 “팀이 잘 돼야 나도 빛을 보는데 아쉽다”며 “어쨌든 선수로서 끝까지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김종석기자>kjs0123@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