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암컷 눈에 들려면"…호수오리 수컷 심벌 42.5㎝

  • 입력 2001년 9월 17일 18시 48분


생식기가 자신의 몸만큼 긴 수컷이 발견됐다.

미국 알래스카 페어뱅크스대 케빈 맥크라켄 박사(야생생물학과)는 아르헨티나 코르도바 지방에 사는 아르헨티나 호수오리의 생식기 길이가 이 새의 몸길이와 비슷한 42.5㎝에 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과학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몸무게가 640g에 불과한 아르헨티나 호수오리의 생식기가 코르크따개처럼 꼬여 있으며, 이를 풀면 생식기의 길이가 자신의 몸길이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 오리의 생식기는 지금까지 20㎝ 정도로 타조의 생식기 만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연구팀이 발기한 생식기의 끝을 잡고 아래로 늘어뜨리자 42㎝까지 늘어났다.

연구팀은 이 오리가 이처럼 거대한 생식기를 갖는 이유가 수컷끼리의 성적 경쟁 때문으로 보고 있다.

아르헨티나 호수오리는 암컷이 여러 수컷과 난교(亂交)를 벌이는데 생식기의 길이가 길수록 암컷을 차지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호수오리의 수컷들은 암컷을 끌기 위해 생식기를 보여주며 유혹하는데 생식기의 길이가 길수록 경쟁에서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호수오리의 생식기의 끝에는 빗살처럼 부드러운 돌기들이 나 있는데 호수오리의 수컷들은 이 돌기를 이용해 마치 병 닦는 솔처럼 암컷의 몸 안에서 다른 수컷의 정자를 제거한다. 연구팀은 생식기가 큰 오리 일수록 다른 정자를 더 잘 제거하고 결과적으로 자신의 새끼를 낳을 확률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맥크라켄 박사는 “이번 발견은 새들이 어떻게 이성을 선택하고 새끼를 번식시키는지를 밝히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상연동아사이언스기자>dre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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