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병락교수의 이야기경제학-17]지식기반산업 준비

입력 2001-09-16 19:41수정 2009-09-19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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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대학은 한국 161개, 미국 2309개, 중국 1080개, 일본 622개교 등 수없이 많다. 얼마 전 미국의 주립대학 중 하나인 위스콘신대를 방문해 존 워드 총장에게 들은 이야기다. 2020년경 세계수준의 종합연구대학의 수는 전세계적으로 40여개가 될 것인데 한국은 잘하면 이중 3개, 많으면 4개교를 갖게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최근 미국 정부 교육정책담당자가 됐다.

국제통화기금(IMF)의 한 고위책임자는 필자의 연구실을 방문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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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에 세계 일류기업과 일류대학이 같이 가는 나라는 미국밖에 없다. 스탠퍼드대가 실리콘밸리를 생기게 했고 실리콘밸리는 이 대학 발전을 돕는다. 일본은 세계 일류기업은 많으나 일류 대학이 적은 것이 문제이다. 한국도 세계 일류기업을 만들려면 세계 일류대학도 같이 만들어야 될 것이다.”

한국의 한 대기업 전자회사 사장은 미국의 인텔, 휴렛팩커드 같은 회사와 일대일 경쟁을 하려면 그들처럼 일류 미국대학 졸업자들을 채용할 수밖에 없으므로 한국 대졸자를 채용하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얼마 전 도널드 케네디 전 스탠퍼드대 총장과 나일 루덴슈타인 하버드대 총장을 만나 대학에 관한 많은 조언을 받았다. 세계수준의 종합연구대학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종합대학이 발전을 거듭해 원숙한 단계에 도달한 대학”이라고 답했다. 서울대의 장기비전도 이런 대학이어야 하느냐고 했더니 “물론”이라고 했다.

‘종합연구대학’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이 연구만 하는 대학 또는 대학원대학으로 오해한다. 그러나 학사 석사 박사과정이 균형적이고 대학의 3대 기능인 교육 연구 사회봉사 등의 기능이 균형을 이룬 대학이 종합연구대학이다. 또 학자 전문가 지도자를 균형 있게 길러내는 대학이다.

‘연구’는 ‘창의’를 의미한다. 대학의 모든 기능을 외국대학을 단순히 모방하지 않고 창의적으로 구성해야 한다. ‘종합’은 학문과 기능의 종합도 뜻한다.

미국 카네기멜론대는 공대와 미술대의 통합 운영에 있어 선도자라고 한다. 어떤 상품이건 제조 기술뿐만 아니라 디자인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중국에 부는 한류(韓流)열풍에 음악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종합대학은 퓨전시대 각종 학문의 종합화로 시너지효과를 잘 창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 위스콘신주에는 14개의 주립대학이 있다. 한때 정치인들이 예산을 이들 대학에 골고루 분배했더니 하향 평준화가 되어 저명한 교수들이 대부분 떠났다. 위기를 느낀 14개 대학 총장과 정치인들이 모여서 위스콘신(매디슨 캠퍼스) 하나만 세계수준의 종합연구대학으로 만들고 나머지는 이와 연계된 전문화된 대학으로 발전시키기로 했다는 것이다.

하버드나 스탠퍼드 같은 대학은 세계적인 종합연구대학이다. 이들 대학은 그 자체로 무엇보다 종합적인 지식기반산업이다. 수많은 외국인들에게 교육과 연구기회를 제공하는, 혹은 판매하는 세계 최고의 수출산업이다. 각종 국내외 문제에 해결책도 제시한다. 미국의 국가 비전과 전략도 제시한다. 한국에도 이런 대학들이 있으면 ‘나라의 장래가 빛날 것’이다.

서울대는 현재 576개의 실험실이 가동중인 종합연구대학이다. 방사성동위원소를 사용하는 것만 20개가 넘는다. 이들은 거의 첨단기술실험을 하고 있다. 연구자금이 많을수록 더 좋은 실험을 할 수 있다. 세계수준의 미국 종합연구대학의 1년 예산은 최근 2조원을 넘었으나 서울대 예산은 2000억원을 넘었다.

세계 1등인 국산품이 이미 70개를 넘었다. 한국이 마음만 먹으면 세계수준의 종합연구대학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지식기반시대를 한국인의 시대로 만드는 길은 종합적인 지식기반산업인 이런 대학을 빨리 만드는 것이 아닌가 한다.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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