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자 세상]돈없는 부자

  • 입력 2001년 9월 16일 18시 38분


요즘 잘 나가는 기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L씨(45). 부동산에 투자하기 위해 커피숍에서 컨설팅 전문가 K씨(47)를 만났다. 시간이 길어질 것 같아 운전기사는 집으로 보냈다.

K씨가 “땅을 매입하는 데 60억원 이상이 들어가는데 돈은 얼마나 준비하실 수 있느냐”고 물었다. L씨는 “일시불로 전액 준비할 수 있다”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L씨는 커피값을 계산하기 위해 평소 습관대로 신용카드를 냈다. 커피값은 5000원. 카운터 종업원과 작은 ‘실랑이’ 끝에 커피값을 신용카드로 지불했다.

이후 두 사람은 인근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협상’을 계속했다. 저녁식사값은 1만2000원. 역시 카드로 계산했다.

집으로 가기 위해 K씨의 승용차를 얻어 타고 전철역에 도착한 L씨. 표를 구입하기 위해 지갑을 뒤졌으나 현찰이 없었다. 지갑에는 100만원권 수표 6장이 들어 있었다. 역 승무원은 “잔돈이 없다”며 난감한 표정. L씨는 휴대전화로 방금 헤어진 컨설팅 전문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미안한데요…. 600원만 꿔 주실래요.”

<박정규기자>jangk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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