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내 작품을 말한다]남경주의 뮤지컬 '키스 미 케이트'

  • 입력 2001년 9월 13일 18시 28분


‘키스 미 케이트’는 미국 뉴욕의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됐던 뮤지컬이다. 이 작품의 연습을 시작하기 전, 나는 집에서 대본을 읽으면서 혼자 깔깔대며 배를 움켜잡았다.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절묘한 대본이야말로 이 작품의 매력이다.

이 작품은 셰익스피어의 유명한 연극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뮤지컬로 만든 것이다. 시대 배경이 1950년대로 옮겨졌으며 스토리 구성도 일부 바뀌었다.

누구를 길들이다니? 연극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요즘의 시대적 감성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구태의연한 구석이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의 감상법은 바로 여기에서 찾아진다.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현대의 시점에서, 그것도 가장 합리적인 나라라는 미국의 뮤지컬에서 어떻게 변형시켰는지를 지켜보는 것이다. 마침내 작품 속에서 난데없이 등장해 좌충우돌하며 사건을 만드는 무식한 두 총잡이(김성기 주원성)가 셰익스피어에 대한 찬가를 막힘 없이 뽑아낼 때 큰 소리로 웃게 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현대와 고전, 팝과 클래식 등 서로 상반되는 것들이 임영웅 선생의 연출을 통해 조화를 이룬다.

이 뮤지컬에서 내가 맡은 역은 프레드이다. 상대역인 릴리(전수경)와 사랑싸움을 벌인다. 나는 세익스피어의 고전적 대사들을 프레드의 캐릭터에 맞춰 능청스럽게 연기하려고 노력했다. 아마도 음악 위주의 간소화된 뮤지컬 형식에 식상한 관객들이나, 탄탄한 드라마를 통해 울고 웃길 바라는 관객들은 이 작품을 통해 시원한 청량감을 느낄 것이다.

이 작품은 7월 공연에서 유료 관객 3만8000여명에 유료 객석점유율 74%로 공연계에서는 드물게 흥행에 성공했다. 이번이 앙코르 공연이다.

#공연 안내

-극단 신시

-15∼29일 화토일 오후 3시반 7시반, 수∼금 오후7시반·30∼10월3일 오후 3시반(10월1일 공연없슴)

-서울 서초동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2만∼6만원

-02-780-6400

남경주<뮤지컬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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