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W]모건스탠리 직원 3500명 생사불명

  • 입력 2001년 9월 12일 18시 47분


【경악, 공포, 대혼란…. 미국 언론들이 표현한 대로 ‘미 역사상 가장 비극적이고 참혹한 재난’이 벌어진 미국 뉴욕의 심장부 맨해튼과 수도 워싱턴은 전쟁터의 아수라장 그대로였다.】

◆뉴욕

▼연기-분진에 한낮에도 컴컴▼

○…11일 세계무역센터가 공격을 받자 인근 마천루에서 황급히 뛰쳐나온 사람들은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무조건 북쪽으로 내달렸다. “고, 고(Go, Go)” “런(Run)!” 외침과 함께 비명, 울음소리, 그리고 버려진 신발로 거리는 가득찼다. 세계무역센터 부근은 한낮에도 연기와 파편, 분진으로 앞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세계무역센터에서 간신히 살아나온 빌 헤이트먼은 “왼쪽 창가에서 번쩍 섬광이 비쳤다. 모두 공포에 사로잡혀 무조건 계단으로 뛰어내려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브로드웨이까지 울면서 뛰었다는 그는 “연기와 분진이 폭풍우처럼 몰아쳤다”며 몸서리를 쳤다. 이 센터의 체이스맨해튼은행에서 일한다는 한 여성은 눈물로 범벅이 되어 “창으로 뛰어내리는 동료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세계무역센터 근처엔 앰뷸런스와 소방차량 등 응급차량을 제외한 모든 차량의 통행이 금지됐다. 대부분의 빌딩이 소개(疏開)돼 거리엔 사람들로 가득 찼다. 공포에 질린 얼굴로 휴대전화에 매달려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처음 보는 사람들끼리도 “나는 창에서 뛰어내리는 사람을 25명이나 봤다”는 등 서로 목격한 것을 얘기하며 “다음엔 무슨 일이 벌어질까”라며 걱정했다.

맨해튼 전역의 대중교통도 한동안 마비됐다. 간간이 지나는 버스는 일단 무조건 타고 보는 사람들로 만원이었다. 맨해튼으로 들어가는 모든 다리와 철도는 완전봉쇄됐다. 걸어가는 사람에게만 허용된 브루클린 다리는 패잔병처럼 지친 얼굴로 터덜터덜 걷는 이들이 줄을 이었다.

○…루돌프 줄리아니 뉴욕 시장은 무역센터 건물 내에 본사를 두고 있는 뉴욕 뉴저지 항만관리청 소속 경찰관 2명이 무사히 구조됐다고 밝혔다. 줄리아니 시장은 또 붕괴된 110층 쌍둥이 빌딩 잔해 속에 갇힌 사람들로부터 휴대전화를 통한 구조요청이 오고 있으며 이들은 근처에 다른 생존자들이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경찰 소식통 역시 현재 갇혀 있는 사람들이 911 응급구조전화를 걸어 자신이 갇힌 위치를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역센터 붕괴로 수백개 입주 업체들이 인명과 재산 피해를 본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단일기업으로 최대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 모건스탠리는 폭파된 두 동의 건물 전체 입주 공간 가운데 10분의 1 가량을 임대해 3500여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었다. 필립 퍼셀 회장은 사고후 성명을 통해 “대부분의 직원들로부터 연락이 없어 최악의 사태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도이체방크, 올스테이트보험, 후지은행 등 건물 상층부에 주로 입주해있던 금융기관들은 임대공간이 넓어 피해가 클 것으로 보인다.

▼“영화냐 현실이냐” 망연자실▼

○…오후가 되면서 병원에는 부상자 못지 않게 헌혈을 하려는 시민들, 봉사를 자원하는 의사 간호사 의과대학생들이 몰려들었다.

당황과 공포 속에서도 뉴욕시민들은 “이게 도대체 영화냐, 현실이냐”라고 서로에게 묻곤 했다. 뉴욕주립대에서 이미지와 영화에 대해 강의하는 재클린 레이치 교수는 “예술이 현실을 모방한다는 건 천만의 말씀”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오늘 우리 눈앞에서 벌어진 현실은 영화 수십개를 합친 것 이상”이라며 “이제는 현실이 영화를 모방하는 상황”이라고 몸서리를 쳤다.

◆워싱턴=상가철시…교통 통제… 계험하 방불

○…국방부(펜타곤)에 대한 테러사건이 벌어진 워싱턴은 11일 중요 연방정부건물과 시설에 대한 경계가 크게 강화되고 대부분의 상가도 철시한 가운데 교통도 통제돼 마치 계엄령이 선포된 시가지를 방불케 했다.

경찰은 백악관 국무부 의회 등 주요 연방 건물 주변으로 통하는 길을 차단해 민간인의 접근을 가로막았으며 백악관과 인근 부통령 집무건물 옥상에는 총을 든 저격수들이 배치돼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국무부는 이날 폭탄 차량의 공격을 받은 것으로 미 언론에 보도됐으나 건물 외관엔 특별히 손상을 입은 흔적이 눈에 띄지 않았다.

▼아랍계 운전자 집중 검색 ▼

○…이날 워싱턴 시내엔 중심부의 내셔널 몰 지역에 일부 관광객이 눈에 띄었을 뿐 경찰과 보도진을 제외한 일반인의 인적이 사실상 끊겨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외관상으로는 비교적 한산한 느낌을 주었다.

교통통행이 제한적으로 허용된 일부 구간에선 특히 아랍계 운전자들이 집중적으로 검색을 받았으며 이중 일부는 아랍계에 대한 차별검색에 항의하며 경찰과 실랑이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외국 언론과 미국 지방 언론사의 사무실이 밀집된 내셔널 프레스 빌딩도 신분증이 있는 보도진에 대해서만 출입이 허용됐고 건물 내의 상가는 모두 철시했다.

○…이날 오후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은 의도적으로 기자 브리핑을 국방부 건물에서 갖고 ‘건재한 국방부의 기능’을 강조했다. 아울러 전세계 미군에 최고의 경계태세인 스레트콘 델타(Threatcon Delta)를 발효했다.

▼주요도시 해역 항모 배치▼

미군은 동서 양안의 주요 도시 해역에 항모 등 전함 10여척을 배치하는 등 추가 공격에 대비한 대응 태세를 갖췄다.

또 네브래스카주에 있는 북미방공사령부(NORAD)는 미 전역 상공에 요격기와 정찰기, 조기경보통제기, 공중급유기 등을 배치했고 워싱턴 DC 상공에는 F16 전투기들을 띄워 24시간 감시에 들어갔다. 국방부 마이크 페리니 대변인은 “민간인 밀집지역에 위협이 될 만한 어떤 항공기도 요격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뉴욕〓김순덕기자·워싱턴〓한기흥특파원>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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