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자 세상]'삐딱이'의 막말

  • 입력 2001년 9월 9일 18시 40분


“야! 넌 오랜만에 통화하는데 반갑지도 않니? 누가 ‘삐딱이’ 아니랄까봐….”

친구들 사이에 괴팍하기로 소문난 회사원 K씨(30). 2년전 회사를 그만두고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원(와튼스쿨)으로 유학간 친구로부터 최근 전화 연락을 받았다. 무척 반가웠지만 겉으로 드러내는 것이 어쩐지 부자연스럽기만 했다.

“웬일이냐? 공부나 열심히 하지 무엇 하러 전화까지 하니.”

“한국 소식도 궁금하고 네 근황도 알고 싶고…. 참 과장으로 승진했다며?”

“소식 빠르네. 학업은 어때. 졸업하고 한국에 들어올 때 됐잖아.”

“만만치 않아. 수업시간에 미국 학생들과 영어로 토론을 하고 문제의 해결점을 찾아낸다는 게 쉬운 것이 아니거든. ‘기여’도 활발히 해야 점수를 딸 수 있지.”

“기여?”

“수업시간에 활발히 참여해 학생들이 시너지효과를 내는 것이지.”

‘삐딱이’ K씨. 자신도 모르게 반가운 친구에게 ‘막말’을 하고 말았다.

“그런 거라면 잠자코 있는 게 기여하는 거야. 너 원래 한국어도 무지하게 더듬거렸잖아.”

<차지완기자>marud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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