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일선중학교 급식 국에 벌레-비닐까지…

  • 입력 2001년 9월 9일 18시 33분


6일 낮 12시20분 서울의 K여중. 점심시간을 알리는 벨이 울리자 학생들이 우르르 식당으로 몰렸다. 이 학교는 전교생의 95%에게 점심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이날 메뉴는 쌀밥과 감자국, 오징어강정, 오이도라지 생채, 배추김치 등이었다. 후식으로는 포도 몇 알이 나왔다.

학생들은 감자국은 다소 짜고 오징어를 튀겨 엿을 입힌 오징어강정은 달짝지근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입맛이 서구화된 학생들은 오이도라지 생채 등은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학교급식 현황 (올3월 현재)▼ 

 학교수(단위:곳)학생수(단위:천명)
전체급식비율(%)전체급식비율(%)
초등학교 5,2925,286 99.9 4,035 3,555 88.1
중학교 2,7311,545 56.6 1,926 778 40.4
고등

학교

1,9571,853 94.7 2,055 1,179 57.4
특수

학교

129 123 95.3 24 22 91.3
1만1098,807 87.1 8,040 6,988 68.8

3학년인 조모양(15)은 “집에서 먹는 밥보다 확실히 질이 떨어진다”면서도 “어머니가 도시락 싸는 걸 부담스러워 하셔서 그냥 참고 먹는다”고 말했다. 2학년 김모양(14)도 “‘학교급식은 도저히 먹지 못하겠다’며 따로 도시락을 싸오는 친구도 많다”고 밝혔다.

비슷한 시간 전교생을 대상으로 학교급식을 실시하고 있는 서울 S중학교의 1학년 1반 교실. 교내에 별도의 식당이 없어 교실에서 ‘식사판’이 벌어졌다. 쌀밥에 김치전, 소고기국, 깍두기, 양념쥐치포 등이 제공됐고 후식으로는 100원짜리 요구르트가 나왔다. 학생들은 꼬들꼬들하고 윤기가 흐르는 밥과 국은 괜찮은 편이나 밑반찬은 부실하다고 말했다.

그래도 ‘먹성 좋은’ 학생들은 10분이 채 안 돼 자신의 식판을 다 비웠다. 하지만 상당수 학생들은 “평소에 고기반찬이 부족하고 소시지가 나올 때도 1인당 3, 4개 밖에 안 돼 부족하다”고 불평을 늘어놓았다. 이 학교의 점심가격은 1인당 2200원이다.

그래도 K여중과 S중 등은 다른 학교에 비하면 학교급식이 나은 편이다. 식당이 없는 데다 학생수가 1500명이 넘는 서울 B여중은 점심시간에 맞추기 위해 1교시부터 교실 복도에 밥과 반찬통이 배달된다. 정작 식판을 받아들면 국은 다 식고 반찬은 말라붙기 일쑤다. 학교급식의 최대 장점으로 꼽히는 ‘따끈따끈한’ 식사는 기대할 수도 없다.

이 학교 2학년 오모양(14)은 “카레의 경우 소스가 너무 묽어 ‘풀죽’같은 느낌이 들고, 비늘을 제대로 벗기지 않은 생선은 비린내 때문에 입에 대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오양은 참다못해 최근 다시 도시락을 싸오기 시작했다.

학교급식은 맛도 문제지만 허술한 위생 문제로 특히 논란이 일고 있다. 인터넷 급식 관련 사이트에는 소위 ‘급식괴담’이라 불리는 글들이 많이 올라와 있다.

“정말 엊그제(3일)는 할 말이 없더군요. 어떻게 국에서 벌레가 세 마리씩이나 나올 수 있는지….”(ID 근명인)

“국에서 파리가 나왔습니다. 실수를 인정하고 바꿔주면 될 걸 그런 적이 없다고 우깁니다. 저번엔 거미도 나오더군요.”(ID S고 학생)

“서울 K고 학생인데 국에서 비닐이 나왔습니다. 요즘 환경호르몬이다 뭐다 해서 난리들인데….”(ID 유호연)

한편 지나치게 ‘위생’에 신경을 써 문제가 된 사례도 있다. 서울의 D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을 둔 주부 김모씨(45)는 “아들이 ‘식기는 물론 음식에서까지 소독약 냄새가 난다’고 호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씨는 “학교운영위원회에 참가하지만 선생님들 앞에서 조목조목 문제점을 지적하기가 어색해 그냥 급식상황 설명을 듣는 정도에 그친다”고 덧붙였다.

한 일선학교 교사는 “일부 학교는 의사 결정권자와 혈연, 지연, 학연 등의 관계가 있거나 사례금(리베이트)을 주는 업체에 급식을 위탁해 식사의 질을 떨어뜨리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내 상당수 중고교 교장들은 “학생들이 부담하는 2000∼2500원의 급식비만으로는 식단의 질을 향상시키기 힘든 만큼 정부가 초등학교뿐만 아니라 중고교에도 식사 재료비나 학교식당 운영비 등을 지원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정경준·조인직·김현진기자>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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