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언니만한 동생없다…비너스,세레나 2-0 눌러

  • 입력 2001년 9월 9일 18시 23분


비너스 윌리엄스(오른쪽)가 동생 세레나의 박수를 받으며 우승트로피를 들어 보이고 있다.
비너스 윌리엄스(오른쪽)가 동생 세레나의 박수를 받으며 우승트로피를 들어 보이고 있다.
딸 셋을 둔 가난에 찌든 가장이 우연히 테니스 중계를 봤다. 1978년 프랑스오픈 여자단식 결승이었고 당시 2만2000달러나 되는 거액의 우승상금이 주어지는 장면에서 그는 결심을 했다. 앞으로 태어날 자식에게는 꼭 테니스를 시키겠다는 것이었다. 그로부터 2년이 흘러 네 번째 딸이 태어났고 15개월 후 막내딸을 봤다. 그런 아버지의 기대 속에서 빈민가 뒷골목에서 고사리 손으로 바람 빠진 공을 쳐가며 서로에게 의지한 채 꿈을 키운 자매가 마침내 세계 정상을 다퉜다.

9일 뉴욕 플러싱메도의 국립테니스센터에서 열린 US오픈 여자단식 결승. 아버지 리처드 윌리엄스가 경기장까지 왔으나 “둘 중 누구 하나가 이기는 것을 볼 수 없다”며 관전을 포기하고 플로리다의 집으로 떠난 가운데 미국의 비너스(21)와 세레나(20) 자매는 마지막 승부를 펼쳤다.

전날 준결승에서 세레나는 세계 1위 힝기스(스위스)를 꺾었고 언니 비너스는 2번 시드 캐프리아티(미국)를 눌러 ‘집안 싸움’이 성사됐다. 메이저 대회 결승에서의 자매 대결은 1884년 이후 117년 만이며 흑인 선수끼리 맞붙은 것은 사상 처음.

세레나는 99년 우승자, 비너스는 지난해 챔피언이어서 ‘시스터 액트 Ⅲ’라는 부제까지 붙은 이날 결승에서 누가 이겨도 ‘윌리엄스 가문’의 영광이었지만 두 자매는 처음부터 양보가 없었다. 강력한 서브와 스트로크를 주고받았고 어이없는 에러 때는 얼굴을 심하게 찌푸리기도 했다. 결국 에러가 적고 노련미에서 앞선 비너스가 1시간 9분 만에 2-0(6-2, 6-4)으로 이겼고 비너스는 포옹한 동생에게 “사랑해”라며 위로했다. 2만3000여 관중은 자매의 이 모습을 보며 기립박수를 보냈다.

대회 2연패를 달성한 비너스는 우승상금 85만달러, 세레나는 42만5000달러를 받아 이들 자매는 단번에 127만5000달러(약 16억5000만원)를 거머쥐었다.

한편 남자단식 결승에서는 피트 샘프러스(미국)와 레이튼 휴위트(호주)가 우승을 다투게 됐다. 통산 메이저 14승을 노리는 샘프러스는 지난해 우승자 사핀(러시아)을 3-0으로 가볍게 꺾었다. 휴위트도 카펠니코프(러시아)에게 3-0으로 완승하며 생애 처음으로 메이저대회 결승 무대를 밟았다.

<김종석기자>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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