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추칼럼]대륙간컵대회 기술분석 보고서

  • 입력 2001년 9월 3일 10시 50분


2001년 8월, 대한축구협회에서 지난 대륙간컵대회 기술분석보고서를 공개했다. 아마 작성은 7월 중에 된 걸로 알고 있는데, 약 한달 후쯤에 발표가 되었다. 대회에 대한 총평과 경기결과, 한국과 상대한 팀들의 경기결과분석과 일본의 경기분석. 브라질 축구의 침체원인 분석과 기술위원들의 각 경기당 평가보고서와 향후 국가대표팀 경기력 집중 보완 방안에 대하여 다루고 있다.

이용수 기술위원장은 총평에서 0:5로 패한 프랑스전에 대해 매우 큰 아쉬움을 나타내었다. 대표팀의 징크스 아닌 징크스와 우리 선수들의 심리적인 위축으로 인한 무기력한 플레이를 패인으로 본 이용수 위원장은, 잦은 패스미스로 인한 역습기회 제공으로 주도권을 프랑스에게 내주었고, 한국 수비 뒷공간을 공략하는 프랑스의 공격에 무릎을 꿇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수비 라인의 결정적인 패스 미스와 세트플레이시 세컨드 볼(second ball)에 대한 집중력 저하로 첫 번째 골과 두 번째 골을 내주었다고 평가했으며, 공격에서 수비로의 전환이 상대적으로 느렸고, 몸싸움에서 프랑스에 뒤진 것이 대패의 요인이었다고 분석했다.

두 번째 맥시코전에서는 투지 넘치는 활기찬 플레이로 좋은 경기를 펼쳤다고 평가했다. 특히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수비시 양쪽 측면으로 내려 수비를 강화시키면서도 공격시에 미드필드를 장악하게 만든 전술운용이 매우 돋보였지만, 프랑스전 대패의 휴유증으로 다량득점을 노려야 하는 부담감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김도훈, 이영표, 최용수 등이 골키퍼와 일대일 찬스를 놓친 것은 매우 아쉬운 일이었다고 평가했다.

마지막 호주전은 전반 45분간 보여주었던 미드필드 지역에서의 상대 압박과 공격에 높은 점수를 주고 상대적으로 열세를 보여왔던 유럽 스타일 국가와의 경기에서 우리 팀이 취해야 할 경기 운영의 한 방법을 보여주었다고 평가했다. 다만 전반전의 지나친 체력소모에 의한 후반전 기동력 저하와 추가골을 성공시키지 못한 골 결정력 부족, 그리고 장신의 호주 수비진을 고려하지 않고 높은 센터링 위주의 세트 플레이만을 고집했던 점을 지적했다.

이용수 기술위원장은 또한 무엇보다 4강 진출에 실패, 공식대회에서 수준 높은 팀과 2경기를 더 치러서 우리 선수들의 부족한 국제 경기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을 매우 아쉬워했다.

보고서에서는 한국 대표팀의 문제점에 대해 크게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

1. 다양한 국제경기 경험의 습득 ? 자국 내에서 실시되는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어 봤자 결국 한낱 좁은 테두리 안에서는 실전 경험이 질적으로 향상되지 못한다.

2. 히딩크 시스템(전술)의 극대화 ? 가능한 한 빠른 시간에 우리의 환경과 흐름을 고려한 우리만의 능력을 극대화 시켜 자신감 있는 한국 축구를 뿌리내리는데 일조해야 한다.

3. 수비와 미드필드라인의 전체적 전술 숙지 부족 - 수비 일자라인의 전술 이해도 부족, 중앙수비수가 지역방어와 대인방어를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한 점. 미드필드에서의 프레싱 부족, 그리고 정상적인 공격이 아닌 변칙적인 2선, 3선 공격수들의 침투에 매우 취약하다.

4. 골 결정력의 부재 - 최소한 3, 4골차를 낼 수 있었던 맥시코전에서 겨우 2:1 승리를 거둔 점. 골대 앞에서의 집중력 부족과 흥분은 단순히 현재만의 문제는 아니다. 유소년과 아마추어, 프로에서부터 집중력을 높이도록 어려서부터 꾸준히 훈련해야 하는데 하루아침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유소년 때부터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훈련이 꼭 필요하다.

5. 공격수들의 활용 - 전체 팀이 수비 위주의 플레이를 할 때, 상대적으로 공격의 수가 줄어들어 가뜩이나 기량에서 차이가 나는 우리 공격수들이 프랑스 수비진을 뚫지 못하였다. 또한 공격수들의 미드필드 압박, 공격전환시 공간 플레이와 움직임이 적었다. 특히 프랑스전에서 스피드와 개인기술을 가졌으나 중앙에서 상대수비를 등지고 플레이하는 스타일이 아닌 설기현을 측면공격수가 아닌 원톱으로 놓은 점은 전술상의 미스였다.

6. 경기 운영능력 - 상대 리듬에 끌려 다니면서 우리가 템포를 조절하고 경기를 우리 리듬으로 만들지 못하는 점은 문제가 된다. 선수 개개인이 전체적인 경기의 흐름을 느끼고 스스로 조절할 줄 아는 능력이 부족하다.

기술분석 보고서에서 팀의 전술에 대한 문제점이 직접적으로 거론되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몇일 전 모 스포츠지에서 이것을 가지고 "기술위원회와 히딩크 감독의 밀월이 드디어 끝났다"라고 평가를 내렸지만, 그런 평가를 내리기에는 문제가 있다. 무엇보다 총 132페이지의 기술분석보고서에서 감독의 선수선발에 대한 문제점을 기술한 것은 이곳 단 한 곳 뿐이기 때문이다. 패한 단 한 경기에 대해서만 써 놓았는지 지금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기술위원회의 기술분석보고서를 훑어 본 바로는 생각만큼 밖에서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는 축구협회와 기술위원회에서 현재 한국축구의 문제점에 대해 비교적 정확히, 또 자세히 알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알고 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고쳐나가는 것이 정말 중요한 일이겠지만 "知彼知己면 百戰百勝"의 맨 첫 단계인 "知彼"가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언젠가는 "知己"도 될 수 있고 그리고 언젠가는 "百戰百勝"도 될 수 있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기술분석보고서에 있는 "향후 국가대표팀 경기력 집중 보완 방안"을 적어 본다.

향후 국가대표팀 경기력 집중 보완 방안

* 심리적 자신감 - 특히 유럽 우수 팀과의 상대적인 열등감 극복 및 자신감 회복

* 수비진 및 미드필더의 패스 정확도 및 패스 속도 향상

* 세트 플레이 수비

* 세트 플레이시 세컨드 볼에 대한 집중력

* 몸싸움(체격 및 체력)

* 수비와 공격의 간격 - 프랑스와의 경기에서 중앙 수비진들이 자주 후퇴하는 경향을 보임. 멕시코, 호주와의 경기에서는 비교적 최전방과 최후방의 간격이 좁아지고 수비진의 움직임도 일사불란하게 움직임.

* 공격 세트 플레이시 수비로 전환될 때까지 속도가 느림

* 골결정력

* 미드필드 지역에서의 프리킥 세트 플레이의 다양성 - 지나치게 크로스 센터링에 의존

* 볼을 소유하고 있는 시간에 비하여 결정적인 기회를 만드는 회수가 상대적으로 적음

- 공격 3분의 1 지역에서의 창의적인 플레이 결여, 우리 대표 선수들의 개인적 능력을 고려하면 공격 마무리 지역에서의 일정한 패턴의 공격 방법을 만들어 훈련을 통해 습득시켜 공격 기회를 만들고 득점력을 높이는 것도 남은 기간동안 풀어야 할 과제임.

- 공격의 패턴 플레이 훈련 및 자동화 - 창의적인 플레이가 안 된다면 조직적인 공격의 패턴 플레이 또는 자동화에 의한 득점기회 창출 노력 필요

기타

* 경기전 VIP 선수 격려 및 라커룸 출입 제한 - 가급적 경기 후로 유도하고 선수단 이외의 임원이나 다른 사람들의 라커룸 출입을 가급적 통제해야 함.

* 붉은 악마 응원 주도 - 홈경기 이점 활용할 수 있도록 응원과 경기장 분위기 조성할 수 있도록 협조 요청 해야 함

* 홈팀 이점 - 대륙간컵 지나치게 대회 운영 위주 (예, 에스코트 : 지리도 모르는 에스코트 요원이 에스코트하여 첫날 경기장 도착 지연됨)

자료제공: 후추닷컴

http://www.hooc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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