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월드]美 새학기 복장규제 학교 는다

  • 입력 2001년 9월 2일 18시 32분


한기흥특파원
한기흥특파원
“학생은 학생답게 단정한 복장을.”

긴 여름방학을 끝내고 이번 주 일제히 새학년을 시작하는 미국의 각급 학교 가운데 상당수가 종전보다 엄격한 등교 복장을 요구하고 있다. 방학 동안 흐트러진 생활을 해 온 일부 학생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다. ‘공부하는 복장’과 ‘노는 복장’은 달라야 한다는 데 대해 차츰 많은 교사와 학부모들이 공감하고 있다.

미국에선 일부 사립학교를 제외하면 교복이 없다. 그렇지만 초미니스커트, 배꼽티, 어깨 끈이 없는 ‘쫄티’처럼 노출이 심한 옷은 적지 않은 학교에서 퇴출대상이 되고 있다고 유에스에이 투데이지가 최근 보도했다. 맨살이 들여다보일 정도로 헤진 청바지 등 남에게 혐오감을 주는 불량한 옷차림 및 샌들 슬리퍼 등도 마찬가지다.

유타주의 한 고교는 응원단의 치어 리더 학생들에게도 유니폼인 민소매 상의와 미니스커트는 운동장에서만 입을 수 있게 했다. 등하교 때나 수업 중엔 이런 옷 착용을 금지시켰다. 어떤 학교에선 복장 불량으로 적발되는 학생들에게 입힐 티셔츠나 바지 등을 미리 준비해놓고 있다.

최근 메릴랜드 주의 올드밀 고교에서는 상급생들이 신입생과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패션쇼를 펼쳤다. 학교에서 허용되는 옷차림과 그렇지 않은 옷차림을 직접 보여주기 위한 행사였다.

제이시 페니 백화점은 신학년 특수를 노린 TV광고에서 노출이 심한 의류를 등장시켰다가 학부모들의 항의를 받고 부랴부랴 취소하는 소동을 빚기도 했다.

속옷을 일부러 노출시키는 헐렁한 바지가 유행할 만큼 자유분방한 청소년들의 옷차림에 대한 교육자와 학부모들의 일대 반격인 셈이다. 최근 미국사회의 보수화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새로운 규제를 받게 된 학생들 가운데는 아무래도 불평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학생들을 선도하기 위해 모처럼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어른들의 노력이 과연 성공을 거둘지 관심이다.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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