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경제]'민간소비 여전' 안도…'설비투자 감소' 한숨

  • 입력 2001년 8월 22일 18시 55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22일(한국 시각) 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연방기금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지만 미 증시는 다우지수가 1.4%, 나스닥지수는 2.7% 급락하면서 아주 싸늘한 반응을 나타냈다.

국내외 투자자들은 연방기금금리 인하폭보다는 FRB가 밝힌 발표문의 기조가 어두웠다는 점에 더 신경을 쓰고 있는 듯하다. FRB는 발표문에서 “기업들의 순익과 설비투자 감소, 해외경제의 부진 등이 미국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FRB는 이어 “장기적 목표인 가격안정과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에 역행하는 위험이 가까운 장래에 경기 둔화를 불러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 때문에 FRB가 오는 10월 또 한차례 연방기금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관측이 강력하게 대두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발표문 중 ‘설비투자 감소’라는 대목에 큰 우려를 나타냈다. 미국 설비투자에서 정보기술(IT)이 차지하는 비중은 48%에 이른다. 정보기술 투자가 줄어들면 전체 설비투자도 늘어날 수 없고 미국 경기와 주식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전체 수출에서 IT부분이 차지하는 비중이 50% 가까이로 높아 미국 IT부문의 투자 감소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미국의 설비투자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국내 경기회복도 지연될 수 밖에 없는 순환구조를 갖고 있다.

교보증권 김석중이사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67%를 차지하는 민간소비가 버텨주고 있는 것은 긍정적인 측면으로 볼 수 있다”며 “하지만 전세계적인 경기둔화가 미국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어 비관적인 분위기가 강하다”고 분석했다.

미국 설비투자 감소는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반도체와 통신 등 관련업종이 약세를 보이는 것으로 즉각 반영되고 있다. 굿모닝증권 홍춘욱수석연구원은 “경기를 주도하는 내수업종 주가가 강했다”며 “건설과 증권업종 등이 상승한 것을 설명하는 근거가 된다”고 말했다.

<이진기자>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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