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포커스]고아원 출신 대학생 4명에 장학금 전달 김군자 할머니

  • 입력 2001년 8월 22일 18시 38분


22일 오후 6시반 서울 종로구 필운동 소호갤러리. ‘한여름밤의 크리스마스’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아름다운재단(이사장 박상증·朴相增) 창립 1주년 기념식에서 가장 큰 관심을 끈 사람은 일본군위안부 출신 김군자(金君子·76) 할머니였다.

1년 전 “고아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써달라”며 전 재산 5000만원을 내놓았던 김 할머니의 뜻이 이날 첫 결실을 보았기 때문이다.

아름다운재단은 이날 김 할머니가 낸 5000만원의 1년치 이자에 개인후원자 7명이 낸 돈을 보태 만든 장학금 800여만원을 시설(고아원) 퇴소 대학생 4명에게 2학기 대학등록금으로 전달했다.

‘김군자할머니 기금’의 첫 수혜자들은 미혼모의 딸에 선천적 약시로 보육시설에 맡겨졌다가 현재는 디자인을 공부하고 있는 대학생, 고교 중퇴 후 방황을 거듭하다 검정고시를 통해 뒤늦게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있는 대학생 등으로 20여명의 신청자 중 면접 심사를 거쳐 선정됐다.

김 할머니는 이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며 “부모있는 아이들보다 더 훌륭하게 커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나도 고아로 자라 야학에서 8개월 배운 것이 전부”라며 “부모없는 아이들이 나 같은 길을 걷지 않게 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또 “너무 적은 돈을 내 죄송할 따름”이라며 “뜻 있는 분들이 십시일반으로 보태면 더 많은 학생들이 공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아름다운재단에는 한빛은행 임직원들이 백두대장정을 마치며 모금한 ‘백두대간 보전기금’ 2600여만원과 한솔교육의 ‘신기한 나라 만들기기금’ 1억원, 인터넷 기부사이트 도움넷의 ‘푸른희망나눔’ 기금 4600만원이 기탁됐다.

기념식에는 박원순(朴元淳·참여연대 사무처장), 김승유(金勝猷·하나은행장), 이대공(李大公·포철교육재단 이사장), 유영구(兪榮九·명지학원 이사장) 등 재단 이사진과 변재용(邊在鎔·한솔교육 사장), 최현만(崔鉉萬·미래에셋증권 사장) 등 각계 인사 10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아름다운재단은 지난해 9월부터 6개월간 재단측과 함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게 돈쓰기’ 캠페인을 벌인 동아일보사에 감사패를 전달했다.

<서영아기자>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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