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현대투신 매각 증시 활력소 될까

  • 입력 2001년 8월 21일 18시 38분


‘구조조정 재료’가 주춤거리는 증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까.

7월말부터 국내 증시를 이끌어 온 저가(低價)메리트(주가가 너무 낮기 때문에 오른다)와 유동성장세(저금리로 갈 곳 없는 돈이 증시에 몰려 주가가 오른다)의 효과가 다해가면서 새롭게 ‘구조조정에 대한 기대감’이 증시에서 주목받고 있다.

발단은 21일 진념 부총리가 한 조찬 강연회에서 밝힌 ‘현대투신 매각 임박’ 발언. 그러나 증권 전문가들은 이번 현대투신 매각이 진정한 주가 상승의 원동력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몇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우선 확인돼야 할 것은 현대투신 매각의 구체적인 조건들. 일단 주인이 바뀌고 회사가 정리된다는 것은 증시 전반적으로 나쁠 것이 없다. 그러나 매각 조건이 지나치게 좋지 않다면 현대증권의 주가가 악영향을 받는 것은 물론 구조조정 대상에 오른 기업 전반에 대해서도 ‘결국 헐값에 파는 수밖에 없나’라는 회의가 조성될 가능성이 있다.

▼관련기사▼

- 현대투신 매각 금명 타결될듯

현대투신 이외의 다른 회사에 대한 구조조정이 언제 어떤 형식으로 가시화하느냐도 중요하다. ‘구조조정이 곧 된다더라’는 기대감만으로 이미 올해 4월 주가가 줄기차게 올랐다가 결국 힘없이 추락한 경험이 있기 때문. 또 하이닉스반도체 해외DR 발행으로 대세 상승의 기대를 높였다가 의외의 하락 장세를 맞은 경험도 있다.

다시 말해 구조조정 재료는 올해 내내 너무 많이 ‘우려먹은’ 변수이기 때문에 이번에는 ‘기대감’만으로 주가가 오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21일 진 부총리의 현대투신 매각 임박 발언에 개장초 570선을 넘으며 기세를 올린 종합주가지수가 매각 실무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금융감독위원회의 발표에 다시 560선으로 되밀린 것도 이런 ‘기대감의 한계’를 보여준 사례.

신한증권의 박효진 투자전략팀장은 “현대투신 매각이 성사된다면 시장의 발목을 잡던 불확실성 한 가지가 없어졌다는 면에서 일단은 긍정적”이라면서도 “구조조정 변수가 오래전부터 시장에 이미 반영된 점을 감안한다면 이번 현대투신 매각에 대해 시장은 차분한 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완배기자>roryrery@donga.com

▼현대투신 관련 일지▼

△2000년 4월말∼5월초〓현대투신 자금인출 사태. 현대그룹이 1조7000억원 규모의 비상장주식을 담보로 제공한다는 내용의 현대투신 경영정상화 방안 발표.

△6월16일〓금감원, 현대투신 경영정상화 위한 MOU(경영개선협약) 체결.

△6월21일〓현대와 AIG컨소시엄 MOU체결.

△10월31일〓AIG 그린버그회장 방한취소. 현대투신의 손실보전 문제로 외자유치 협상 진통.

△12월26일〓금감위, 현대투신 자본잠식 해소 시한을 2001년 2월말까지 2개월 연장.

△2001년 1월31일〓정부, 현대투신 해외매각을 성사시키기위해 AIG컨소시엄에 공동출자를 제의.

△2월28일〓금감위, 현대투신 매각협상장기화에 대비해 적기시정조치를 9월말로 6개월 유예.

△5월24일〓정부 관계자, “현대그룹과 AIG컨소시엄간 직접 협상이 시작됐다”고 밝힘.

△8월8일〓이근영 금감위원장, “매각 협상의 중대한 진전이 이뤄졌으며 빠르면 10일 안에 관련 발표가 이뤄 질 것”이라고 밝힘.

△8월21일〓진념 경제부총리, “빠르면 오늘 안에 매각 협상이 완료될 것”이라고 밝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