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美외교협의회 분석 맞다

  • 입력 2001년 8월 21일 18시 36분


미국의 초당파적 민간기구인 외교협의회(CFR)가 최근 작성한 한반도 관련보고서는 우리의 대북(對北)정책에 중요한 사실을 시사해 주고 있다. 이 보고서는 북한의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화해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였는지 명백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또 북한에 대한 김 대통령의 관대한 지원과 제안에 대해 북한은 인색한 반응을 보이고 있고 이것이 남한 내에서 정치적 양극화를 심화시키면서 대북 회의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경직된 자세를 보면 그들이 우리의 선의(善意)를 정말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는지 의문스럽다. 3월 남북대화가 중단된 이후에도 비료가 급하다고 해 받아갔고 금강산 관광대금도 요구대로 다 챙겼다. 그런데도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에 대해서는 분명한 답변을 주지 않고 남북대화의 문은 몇 달째 일방적으로 닫아 놓고 있다. 북한은 자기들이 물질적으로 필요한 것은 다 챙기고 받아가면서 오히려 큰소리를 치고 있는 실정이다.

대등하고 평등해야 할 남북한 관계가, 그것도 우리가 더 떳떳한 입장에 있어야 할 남북한 관계가 왜 이렇게 전도됐는가. 한마디로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과 남북대화에만 매달리고 있는 우리 정부의 ‘저자세’ 때문이다. CFR의 표현처럼 북한의 냉담한 반응에도 불구하고 우리만 관대한 지원과 제안을 계속해 북측이 하자는 대로 끌려가는 형국이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북한이 남한 내부의 정치 사회적 상황을 자기들 유리한 대로 조장할 가능성마저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사실 그 같은 ‘저자세’ 대북정책으로 인해 남한 내의 국론 분열과 남남갈등은 심각한 수준에까지 와 있다.

현재로서는 우리 정부가 바라는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나 남북대화 재개가 불투명한 상태다. 북한은 기회 있을 때마다 한반도문제는 남북한이 풀어야 한다는 ‘자주의 원칙’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미국과의 대화를 최우선 순위에 두는 이율배반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가 북측에 아무리 대화를 촉구한다 해도 별 성과가 없을 것이다. 오히려 북한의 ‘고자세’만 키우고 우리의 체면만 훼손될 뿐이다.

햇볕정책만 고집해온 정부의 대북정책은 이제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진정한 남북관계의 발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호혜의 원칙이 준수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도 북한에 대해 정정당당히 할 말은 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 그것이 CFR 보고서의 충고일 것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