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외환위기후 최악의 경제성장

  • 입력 2001년 8월 21일 18시 36분


지난 2·4분기 국내총생산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2.7% 상승하는 데 그쳐 외환위기 이후 분기별 성장으로는 최악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성장률은 불과 두달 전 정부가 당초 전망을 하향조정하면서 내놓았던 3.6% 성장보다 더 낮은 수준으로 올 들어 정부의 예측이 얼마나 지속적으로 빗나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정부의 예측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장밋빛 전망으로 국민을 호도하려 했던 것인지 궁금할 정도로 당국의 전망은 신뢰를 잃고 있다.

미국의 경제가 부진하고 대만이나 싱가포르 등 주요 경쟁국가들조차 마이너스 성장을 보인 터에 우리경제만 좋을 수 없다는 점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하반기부터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해온 당국이 이번 발표때는 3·4분기에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예고할 정도로 경제가 나쁜 상황이라면 보통 걱정이 아니다.

한국은행 발표에서 특히 우려되는 것은 경제성장률 자체보다 그 내용이다. 수출이 우리 경제성장에 기여한 비율이 전분기의 119.8%에서 23.5%로 추락한 반면 민간소비의 성장기여율이 12.7%에서 54.3%로 높아졌다는 분석이 그것이다. 물론 소비자체가 부정적인 것은 아니지만 전통적으로 우리경제를 이끌어 온 수출과 설비투자가 모두 급격히 퇴조했다는 것은 앞으로의 경제성장과 관련해 불안감을 안겨주는 요인이다.

수출부진의 가장 큰 요인은 물론 세계적 반도체경기 불황에 따른 국내 반도체생산의 감소에 있다. 전문가들의 견해에 다소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반도체경기가 올해안에 다시 살아나기 힘들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렇다면 경제정책은 설비투자를 진작시키는 것 이외에 달리 선택의 수단이 없다.

문제는 정부가 지속적으로 금리를 인하하고 공적자금을 투입하는데도 불구하고 설비투자가 급속히 감소하고 있다는 데 있다. 기업에 대한 각종 규제가 말로만 완화되고 실행이 안되고 있는 것이나 정치권의 갈등과 국론분열 등 불안한 정치상황도 기업들을 선뜻 설비투자에 나설 수 없게 만드는 요인들이다. 따라서 이 시점에서 우선되어야 할 일은 정치로 인한 경제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것이다. 환란이전보다 더 상황이 나쁘다는 지금 정부와 집권여당은 엉뚱한 곳에 힘을 쓰지 말고 시장의 신뢰를 회복함으로써 각종 경제정책이 실효를 거둘 수 있도록 진력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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